<삼국사기> 지리지에는 강화도의 옛이름이 ‘혈구군’(穴口郡)이었으며, 한편으로는 ‘갑비고차’(甲比古次)로 불렸다고 하였다. ‘혈’은 우리말의 ‘구멍’에 해당하는 한자어로 우리의 옛말 ‘구무’와 같은 뜻이며, ‘고차’는 바닷가의 굴곡진 곳을 뜻하는 ‘곶’이므로, ‘혈구’는 ‘구멍처럼 생긴 굴곡진 곳’을 의미한다. <고가연구>에서는 ‘혈’의 옛말인 ‘구무’를 ‘신’을 뜻하는 ‘검’에서 비롯된 말로 풀이한 바 있다. 또 삼국사기 고구려 광개토왕 기록에는 “왕이 백제의 관미성을 공격하여 함락시켰는데, 이 성은 사면이 고립되어 있으며, 바닷물이 돌아드는 곳”이라고 묘사되어 있는데, 이로 미루어 관미성도 강화의 옛이름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땅이름이 겨레말의 말밑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삶의 양식을 반영한다고 할 때, 땅이름에 스며 있는 신화와 전설을 찾아내는 일도 흥미로운 일이다. 향가 <안민가>에는 “구물 다히 살 손 물생”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의 ‘구물’을 어떻게 풀이할 것인지는 의견이 다를 수 있으나 ‘구물’이 ‘굴’을 의미하며, 이는 수도승들이 ‘굴’에 은거하며 사는 경우가 많았다는 양주동·지헌영의 해석은 말밑에 담긴 삶의 양식을 반영한 풀이로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말의 상상력>을 지은 정호완도 ‘혈거문화’를 ‘굴살이’로 번역하면서 ‘굴’과 ‘신앙’의 관련성을 풀이한 바 있다.
우리 겨레에게 강화도는 뿌리와 같은 곳이다. ‘갑비고차’, ‘혈구’, ‘해구’, ‘관미’ 등으로 불린 강화의 옛이름에서 바다와 섬의 모양새뿐만 아니라 우리 겨레의 삶의 양식과 신화를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