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대댱금(大長今)과 댱금, 대복쇠(大卜金)와 복쇠, 대계향(大桂香)과 계향이 낱낱 쓰이는데, ‘대’(大)가 성씨임이 분명하다. 밀양 대씨는 발해의 후손으로 전해지며 대장금 또한 밀양 대씨인 듯하다. 대장금과 함께 일한 의녀 가운데 신비(信非)와 은비(銀非)가 있었는데 이름 끝 ‘-비’(非)가 이름접미사임을 보여준다.
계집이름에 자주 쓰이는 이름접미사 ‘-비’는, 겨울비·논비·눈비·봄비 따위 이름을 보면 본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갑·갓·개·굿·귿·글·금·기림·논·늦·달·돌·똥·막·움·잣·쟈근 따위 자주 쓰이는 밑말뿐만 아니라 강·경·관음·귀·디장·산·삼·션·영·옥·향·효/효양 따위 한자 또는 한자말까지도 ‘-비’와 어울려 이름을 이루었다. ‘-비’로 끝나는 이름 가운데 이름접미사가 아니라 밑말의 끄트머리가 ‘-비’인 것도 있다. 갈비·거비·거부비·도서비·두터비/둣거비·소비 따위는 요즘말로 낱낱 ‘갈비·겁·거북·도섭·두꺼비·속’에 해당한다. <계축일기>에도 ‘도서비’라는 이름이 보이는데, ‘도섭’은 옛말에선 곡두(幻影)나 요술을 뜻하였고, 방언형 ‘도십’은 ‘둔갑’이란 뜻으로 쓰이고 있다. 고비·부허비·서비는 낱낱 ‘곱다·부헙하다·섭하다’는 말에서 가지를 친 것이다.
‘고비’가 견훤왕의 둘째 부인 이름이었음을 볼 때 오랫동안 쓰인 이름임이 틀림없다. 속이 빈 듯 허전한 마음을 ‘부헙하다’고 한다. ‘-비’ 로 끝나는 이름에 ‘두다비/두더비/두대비’도 있는데 무슨 뜻인지 가늠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