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에 쓰이는 ‘새’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두 마을 사이에 있는 마을을 ‘새말’이라 부르며, 새로 만든 보금자리를 뜻하는 ‘새터’가 있다. 새말이나 새터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땅이름이기에 전국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새’의 옛말은 ‘삿’이나 ‘사‘△ㅣ’ ’였다. ‘사‘△ㅣ’ ’는 ‘사이’를 거쳐 ‘새’로 변화한다. 또한 ‘삿’은 ‘살’을 거쳐 ‘사리’로 변화해 갈 수 있다.
‘사리’의 다른 형태로는 ‘사라’가 있다. <삼국유사> ‘원효불기’ 조항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있다. 원효의 세속 성씨는 설씨로 본디 압량군 사람이었다. 압량군은 지금의 경북 경산으로 후에 삽량과 압량이 나누어졌는데, 삽량은 지금의 양산이다. <삼국유사>에서는 삽량 사람인 원효가 ‘사라수’ 아래서 태어났는데, 그의 어머니가 만삭이 되어 집에 귀가하지 못한 채 갑자기 출산하게 된 데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였다. 또한 이 책에서는 원효는 스스로 법명을 지었는데 시골말(향언)로 ‘새벽’을 뜻한다고 하였다.
원효의 출생지가 ‘사라’였고 그의 법명이 ‘새벽’을 뜻한다고 할 때, ‘사라’는 ‘새’에 해당하는 고대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주동이 밝혔듯이 ‘향가’를 ‘사뇌가’라 부른 까닭도 동쪽을 뜻하는 ‘새’와 관련을 지었음을 고려할 때, ‘새’의 여러 의미인 ‘동쪽’, ‘사이’, ‘새로움’의 뜻을 갖는 ‘사라’가 있었으며, 이 말은 ‘사라곡’(전남 광양)이나 ‘사리원’ 등과 같이 땅이름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