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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동과 설렁탕
땅이름은 생김새나 사는 동식물, 풍수지리, 역사적인 일들이 관련돼 생기는 때가 많다. 동대문구 전농동도 그런 경우다. 전농동(典農洞)은 임금이 백성의 농사를 장려하고자 제사를 지내고 밭을 갈던 땅이 있었기에 붙은 이름이다. 이곳에는 선농단(先農壇)이 있었는데, 이 제단(현재는 제기동)은 농사짓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쳤다는 신농씨(神農氏)·후직씨(后稷氏)를 제사 지내는 곳이었다.
전농동의 땅이름과 함께 널리 알려진 음식이 ‘설렁탕’이다. 설렁탕은 성종대왕 시절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낸 임금이 종친을 비롯한 여러 신하들과 함께 백성을 위로하고자 소머리와 내장 등을 넣고 끓인 음식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농탕’이라 불렸는데, 차음 설렁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려진 말이다. 왜냐하면 성종 연간의 기사가 과연 설렁탕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을 뿐더러 말소리가 비슷한 데서 유추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설렁탕의 유래는 몽골어 [슐렁]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몽어유해>의 [슈루]는 궁중 음식을 뜻하는 [수라]로 바뀌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슈루]는 ‘공탕’(空湯)이다. 그렇기에 ‘유해’의 해석에도 ‘고기?믄믈’이라고 옮겨 놓았다. 요즘에도 몽골에서는 쇠고기를 넣고 삶은 국을 ‘슐렁’이라 부른다. 그럼에도 설렁탕이 전농동과 연관된 말로 전해지는 것은 임금의 덕이 널리 미치기를 바라는 백성들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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