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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질빵
풀꽃이름 중에 ‘며느리밥풀’이나 ‘며느리밑씻개’처럼 며느리가 들어간 이름은 제법 알려진 편이지만, ‘사위질빵’처럼 사위가 들어간 이름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사위질빵’은 여름에 시골담장에서 탐스런 하얀 꽃이 피는 덩굴식물이다. 그런데 다른 덩굴들은 보통 굵고 질긴데, 이는 무척 약하고 툭툭 잘 끊어지는 덩굴이다. 한자말로는 ‘여위’(女萎), 북녘말로는 ‘질빵풀’이다.
‘사위질빵’은 사위가 가을걷이 등 처갓집 일을 도울 때 사위에게만 유난히 조금씩만 짐을 실어 지게질을 하게 한 장인 장모에게,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이 약한 덩굴로 질빵(지게끈)을 만들어도 끊어지지 않겠다고 투정 반 농담 반 놀렸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사위를 아끼는 정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사위질빵보다 꽃이 조금 더 큰 ‘할미질빵’도 있는데, 할머니가 멜 정도로 약한 덩굴이지만 사위질빵에 견줘 조금 더 굵고 질긴 것을 보면 논리적으로는 사위를 더 끔찍이 생각하는 것이 된다.
농사일을 할 때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는 속담과 비교해 보면 전통 사회에서 며느리와 사위 대접이 너무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함으로써 ‘가정의 달’ 완결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며느리의 날’ ‘사위의 날’도 상상을 해 본다. 남의 집 귀한 아들딸을 데리고 왔음을 다시금 깨닫는 일도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사위질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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