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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와 섬안
해안 지방이 아닌 곳에 ‘섬’과 관련된 땅이름이 붙어 있음은 특이한 일이다. 경북 문경 가은읍의 ‘도내’(島內)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의 ‘도리’(島里) 들이 그렇다. 이런 땅이름은 ‘섬’과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섬’을 뜻하는 한자 ‘도’(島)가 쓰인 까닭은 뭔가?
내륙 쪽에 나타나는 ‘섬’과 관련된 땅이름은 대체로 굽이진 강물과 관련이 있다. 달리 말해 ‘도내’나 ‘도리’는 굽이진 강의 안쪽에 있는 마을을 뜻한다. 여기서 ‘도’는 ‘돌다’라는 뜻을 지닌다. 곧 물이 돌아 흐른다는 뜻의 ‘도는 마을’이라는 말이다. ‘도는 마을’은 ‘돌말’이라는 합성어를 이루기도 하며, ‘돌내’나 ‘도내’로 굳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도’에 해당하는 한자인 ‘도’(島)가 나타나게 되며, 이를 다시 우리말로 옮기면서 ‘섬안’이라는 땅이름까지 나온다.
이처럼 ‘도내’가 ‘섬안’으로 변하게 되면, 왜 이런 땅이름이 생겨났는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돌이 거의 없는 곳인데도 ‘돌머루’라는 땅이름이 생기거나 ‘석천’(石川)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심지어는 복숭아 산지도 아닌데 ‘도내’(桃內)라는 한자가 쓰이기도 하는데, 이 또한 ‘섬안’이나 ‘석천’이 생성되는 원리와 같다. 영월군 주천면의 ‘도천’(桃川)은 후삼국 때 ‘도내부곡’(刀乃部曲)이었다. ‘도내’가 ‘도천’으로 바뀌고서, 조선 선비 성임이 신선의 복숭아를 따서 임금께 바치고 장수를 빌며 신선 만나기를 축원했다는 얘기가 덧붙은 것은 자연스런 일인 셈인가?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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