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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다와 지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학교에 다녔으나 요즘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학생들이 모두 책가방을 등에다 지고 학교를 다닌다. 그러면서도 책가방을 지고 다닌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들 메고 다닌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말뜻을 헷갈리게 쓰며 살아가는 것이다. 메느냐 지느냐 하는 것은 책가방이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어깨에만 맡기느냐 등에다 맡기고 어깨는 거들기만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메다’는 어깨에다 무엇을 걸치거나 올려놓는 노릇이다. 그러나 반드시 한쪽 어깨에만 맡겨야 메는 것이다. 굳이 두 쪽 어깨에 맡겨도 메는 것일 수가 있지만 그럴 적에는 한쪽 어깨에 하나씩 따로 맡겨야 메는 것이다. 무엇이나 하나를 두 쪽 어깨에다 걸치면 그 무엇은 어쩔 수 없이 등허리 쪽에다 맡기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면 메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다’는 본디 ‘짊어지다’에서 ‘짊어’를 떼어버리고 쓰는 낱말인데, 무엇을 두 가닥으로 짊어서 두 쪽 어깨에 걸치고 등에다 얹어놓는 노릇을 뜻한다. 지는 노릇이 지난날 삶에서는 너무나 종요로워 ‘지게’까지 만들어 무거운 것이라도 쉽게 지도록 했다.
어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온전히 등에만 맡겨서 지면 그것은 업는 것이다. ‘업다’는 온전히 등에만 맡기지만 본디 깍지 낀 두 손의 도움은 받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고, 오래 업고 있으려면 띠 같은 것으로 몸통에다 묶는 것을 마달 수도 없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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