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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과 마당
지난 세기 동안 우리 집의 모습과 쓰임새가 크게 달라져 말들 또한 뜻과 쓰임새 모두 많이 달라졌다. 지난날 우리네 집은 울이나 담으로 둘러싸인 집터 위에 저마다 몫이 다른 쓰임새로 여러 자리가 나누어졌다. 방과 마루와 부엌을 중심으로 하는 집채를 비롯하여 마당, 뜰, 남새밭이 집터를 채웠다. 집의 노른자위는 물론 위채, 아래채, 사랑채로 나누어지는 삶의 보금자리인 집채다. 남새밭은 대문과 집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철따라 반찬거리 남새를 길러냈다.
‘마당’은 집에서 집채나 남새밭에 못지않게 종요로운 자리다. 남새밭이 없는 집은 있을 수 있지만 마당이 없는 집은 거의 없었다. 살림이 넉넉하고 집터가 넓으면 앞마당, 뒷마당, 바깥마당까지 갖춘 집들도 적지 않았다. 마당은 일터다. 타작을 하고, 우케를 널고, 길쌈을 하고, 명절이 닥치거나 혼례나 장례나 환갑 같은 큰일이 생기면 잔치판도 벌이고 놀이판도 벌이고, 여름철 밤이면 모깃불을 피워놓고 이야기판도 벌였다.
‘뜰’은 집에서 가장 뒷전으로 밀리는 자리다. 집채처럼 보금자리도 아니고, 마당처럼 일터도 아니고, 남새밭처럼 먹거리를 내놓지도 않는다. 뜰은 삶을 기름지게 하는 쉼터다. 그래서 살림살이가 넉넉해지면 곧장 뜰이 넓어진다. 울이나 담 아래 몇 포기 꽃을 심는 것에서 비롯하여 앵두에서 살구나 감과 같은 과일 나무를 심고, 천리향이나 매화 같은 꽃나무를 심고, 마침내 연꽃이 피고 수양버들이 드리워지는 연못까지 갖추기도 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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