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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과 머리
신라의 시조 혁거세는 ‘거서간’이었다. ‘거서간’의 ‘간’은 ‘건길지’의 ‘건’과 마찬가지로 임금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다. 신라 제2대 임금인 남해는 ‘차차웅’이었으며, 3대 임금인 유리부터는 ‘니사금’(임금)이라 불렸다. 이러한 왕의 칭호가 눌지에 이르러서는 ‘마립간’이라 불린다.
‘마립간’을 두고 “김대문이 말하기를 방언의 말뚝(궐)이요, 궐은 사람의 지위에 따라 설치하는데, 왕의 궐은 중심에 배열하고, 신하의 궐은 아래에 배열한다”라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남아 있다. 그렇지만 ‘마립간’이 ‘말뚝’과 관련된다는 김대문의 주장은 토박이말 ‘머리’와 한자의 ‘말뚝’을 연상한 표현일 뿐이다. 왜냐하면 ‘마립간’의 ‘마립’은 ‘머리’를 뜻하는 토박이말인 까닭이다.
강화도 ‘마니산’은 본래 ‘마리산’이었다. ‘마리’는 머리를 뜻하는 토박이말로, 모음조화가 철저하게 지켜졌던 시대의 표기다. 이 말은 ‘마루’, ‘머리’로 소리가 조금 바뀐다. 한자 ‘宗’을 ‘마루 종’이라 읽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마리’의 음이 땅이름에서 ‘마라’나 ‘마이’ 또는 ‘마니’로 변한 경우는 진안의 ‘마이산’, 제주의 ‘마라도’가 있다. 비록 ‘마이산’(馬耳山)이나 ‘마라도’(滅島)에 들어 있는 한자의 뜻에 따라 ‘말의 귀를 닮은 산’이나 ‘파도에 갈리는 섬’처럼 풀이하기도 하나 두루 주변보다 두드러진 산과 섬이라고 할 수 있으니 ‘머리’에 해당한다. 현지 사람들이나 땅이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니산 아닌 마리산으로 부르자는 움직임도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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