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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다와 캐다
‘뽑다’는 박힌 것을 잡아당겨서 빼내는 노릇이다. 여기서 ‘박힌 것’이란 온갖 풀이나 나무, 갖가지 남새나 곡식, 짐승이나 사람의 이빨 같이 자연이 박은 것을 비롯해서 못이나 말뚝 같이 사람이 박은 것까지 싸잡아 뜻한다. 이제는 뜻 넓이가 더욱 번져나가 몸속에서 피를 뽑고 거미 꽁무니에서 줄을 뽑고 노래 한 가락을 뽑고 나쁜 버릇을 뽑듯이 속에 있는 것을 나오게 한다는 뜻, 반장이나 대표를 뽑듯이 골라잡는다는 뜻, 장사에서 밑천을 뽑듯이 거둬들인다는 뜻까지 넓혀서 쓴다.
‘뽑다’를 본디 제 뜻, 곧 푸나무와 남새와 곡식 같이 땅에서 싹이 나고 자라는 것을 빼낸다는 뜻으로 쓸 적에는 비슷한 낱말이 여럿 있다. ‘캐다·속다·찌다·매다’가 그런 낱말이다. ‘캐다’는 쓸모가 있으나 흔하게 널려 있지 않은 것을 찾고 가려서 빼내는 것이다. 맨손이 아니라 칼이나 호미나 괭이 같은 연모의 도움을 받아서 빼내는 노릇이다. ‘속다’는 남새나 곡식이나 과일 같이 사람이 씨앗을 뿌리고 심어 일부러 키우는 것에서 잘못 자란 것을 빼내는 것이다. 잘난 것을 끝까지 더욱 잘 키우려고 못난 것을 가려서 빼내 버리는 노릇이다. ‘찌다’는 씨앗을 모판에 뿌려 키우다가 알맞게 자라면 옮겨 심어야 하는 남새나 곡식의 모종을 옮겨 심으려고 빼내는 것이다. ‘매다’는 남새나 과일이나 곡식을 키우는 논밭에 자라나서 남새나 곡식이나 과일을 못살게 구는 풀, 곧 김을 빼내는 것이다. ‘찌다’는 행여 다칠세라 정성을 다하고 ‘매다’는 살아날까봐 걱정을 다하면서 빼낸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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