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울과 큰새
작은 마을 이름에는 땅의 모양새나 동식물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당진군 정미면의 ‘황새울’이라는 곳도 ‘황새’가 많이 날아든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황새울’을 ‘한새울’이라고도 한다. ‘황새’와 ‘한새’는 어떤 관계일까?
우리말 형용사 ‘하다’는 ‘크다·많다’라는 뜻을 지닌 옛말이었다. 이는 <용비어천가> 제2장의 ‘불휘 기픈 남? 바?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라는 표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여름 하?니’는 ‘열매가 많으니’라는 뜻이다. ‘한강’은 ‘큰 강’을 뜻하며, ‘한밭’은 또한 ‘큰 밭’(大田)’을 뜻한다는 것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우리 글을 ‘한글’이라 한 것도 ‘큰 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쯤 되면 ‘한새울’이 ‘황새울’로 불리는 까닭도 짐작할 수 있다. ‘한 새’는 ‘큰 새’이며, 한낱말로 녹아드는 과정에서 ‘황새’라는 말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는 황새를 ‘한새 관(?)’으로 풀이한 바 있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황새’를, “몸의 길이는 1미터, 편 날개의 길이는 66센티미터, 몸빛은 흰 빛”으로 풀이한다. 결국 ‘황’은 ‘한’이 변한 소리다. ‘한’은 ‘황’뿐만 아니라 ‘항’으로 소리날 수도 있다. 우리 옛말에 ‘주인’을 뜻하는 ‘항것’도 ‘큰’이라는 뜻의 ‘항’과 ‘주인’이라는 뜻의 ‘것’이 합쳐진 말이다. 이처럼 음이 유사한 작은 마을 이름에서 우리말의 본새를 찾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