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밥풀
오래 전에 이현세 만화〈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를 보았을 때, 그런 이름이 정말 있나 싶어서 찾아봤다. 그리고 빨간 꽃잎 위에 볼록하게 솟아오른 하얀 밥풀무늬를 보고 적이 놀랐다.
풀꽃이름 중에는 누가 죽어서 그 자리에 난 것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많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마음씨 착한 며느리가 제사상에 올릴 메를 짓다가 쌀알 두 톨을 떨어뜨렸다. 흙이 묻은 쌀알로 메를 지으면 불경스러울 것 같고, 그렇다고 쌀을 버리기에는 죄스러워하다 혀에 올려놓는 순간 시어머니가 이를 보고 제사에 올릴 메쌀을 먼저 입에 댔다고 호되게 꾸짖었다. 며느리는 뒷동산 소나무 가지에 목을 맸는데, 그 혀 위에 쌀알 두 톨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고 한다. 빼어문 혀와 밥풀이 연상되는 꽃을 보고 왜 가장 먼저 며느리를 떠올렸을까?
전통 사회에서 며느리가 과연 어떤 존재였는지를 드러내는 흔히 보이는 보기로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배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며느리밑씻개’는 잎과 줄기에 잔가시가 있어 따끔따끔한 들풀인데, 별로 필요는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우니 며느리 밑씻개로나 쓰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며느리배꼽’은 턱잎과 열매가 어우러진 모양이 배꼽처럼 생겼는데, 아들이나 딸 배꼽은 귀엽게 느껴지지만, 며느리 배꼽은 민망하고 하찮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담겼을 터이다.
풀이름 하나에도 옛 어른들의 삶과 얼이 배어 있음을 강조하지만, 사람 차별이 스민 이런 전통은 짚고 넘어가야 할 성싶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