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부닥치다
‘맞-’은 명사나 동사 앞에 붙어 새말을 만드는 앞가지다. 명사 앞에 붙는 ‘맞-’은 ‘맞고소·맞고함·맞담배·맞바둑·맞바라기·맞잡이·맞적수·맞장기·맞줄임·맞트레이드’에서처럼 ‘마주 보면서 하는’, ‘서로 엇비슷한’의 뜻을 더한다. 동사 앞에 붙는 ‘맞-’은 ‘맞들다·맞바꾸다·맞서다’에서처럼 ‘마주, 정면으로, 서로 엇비슷하게’란 뜻을 더한다. ‘맞-’은 부사 ‘마주’의 모음 ‘ㅜ’가 줄어들어 만들어진 말이므로 그 뜻에 ‘마주, 정면으로’란 뜻이 있다. 이런 앞가지 ‘맞-’이 붙은 낱말로 ‘맞부딪다·맞부닥뜨리다’ 같은 말은 큰사전에 올랐으나 ‘맞부닥치다’는 없다.
“대불이는 운수 불길하여 … 나졸들과 맞부닥치기라도 한다면 낭패일 듯싶어, 발걸음을 돌렸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그런 것들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새삼스레 느낄 수 있는 슬픔과 괴로움, 나아가 그것들과 맞부닥쳐 평범한 사나이로서의 고달픔과 즐거움을 다시 한 번 찾아보고픈 ….”(이문구 〈장한몽〉)
“다만 그것이 맞부닥칠 대상이 눈앞에 선뜻 나서지 않아 밑바닥에 잠재해 있을 뿐이다.”(전광용 〈태백산맥〉)
‘맞부닥치다’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과 맞닥뜨리다’, 또는 ‘어려운 문제나 반대에 직면하다’란 뜻으로 쓰인다. 사람들은 갈림길에서 하나를 골라 길을 가면서 갖가지 장애물들과 맞부닥치고 다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가지 않은 길’(로버트 프루스트)을 아쉬워하며 사는 듯하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