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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와 틀리다
사뭇 다른 말인데 요즘 너나없이 헷갈려 쓴다. 이는 국어사전 탓이 아니다. 사전들은 헷갈리게 풀이하지 않았다. 이것을 헷갈리도록 한 것은 내것을 팽개치고 남것만 좇아서 살아온 우리네 삶이지만, 국어교육 탓도 들추지 않을 수 없다. 국어교육이 줄곧 우리말의 노른자위인 토박이말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엉뚱한 일에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다르다’는 드러나는 모습을 서로 견주어 풀이하는 그림씨 낱말이고, ‘틀리다’는 해놓은 일을 과녁에 맞추어 가늠하는 움직씨 낱말이다. “한 가지에서도 아롱이 조롱이가 열린다더니 같은 부모한테 난 언니 아우가 어찌 저리 다를까?” “아니, 어제 내가 다시 해놓은 계산에서도 틀린 데가 있었습니까?” 보다시피 ‘다르다’는 언니와 아우의 모습을 서로 견주면서 쓰고, ‘틀리다’는 해놓은 셈을 사실이라는 과녁에 맞추면서 썼다.
두 낱말이 헷갈리는 데는 까닭이 있다. 둘 다 견주기를 하기 때문이다. ‘다르다’도 견주기를 해서 나타나고, ‘틀리다’도 견주기를 해서 가려낸다. 그러나 ‘다르다’는 두 가지를 서로 견주어 나타나고, ‘틀리다’는 과녁이나 잣대와 견주어 드러난다. 아무런 잣대도 없이 두 가지를 나란히 견주면 ‘다르다’와 ‘같다’로 갈라지고, 어떤 과녁이나 잣대를 세워놓고 거기에 견주면 ‘틀리다’와 ‘맞다’로 가려진다. 이런 뜻가림을 내버리고 요즘은 덮어놓고 ‘틀리다’고만 한다. 그만큼 마음은 무뎌지고 삶도 거칠어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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