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와 저희
‘우리’라는 낱말은 ‘나’를 싸잡아 여러 사람을 뜻하는 대이름씨다. 거기 여러 사람에는 ‘듣는 사람’이 싸잡힐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이런 대이름씨는 다른 겨레들이 두루 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쓰임새가 남다른 것은 매김씨로 쓰일 때다. 매김씨라도 우리 마을, 우리 회사, 우리 어머니, 우리 아기 … 이런 것이면 남다를 것이 없다. 외동도 서슴없이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라 하고, 마침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에 이르면 이것이야말로 남다르다. 그래서 그건 잘못 쓴 것이고 틀린 말이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러나 매김씨 ‘우리’는 ‘나’를 싸잡은 여러 사람을 뜻하지도 않고, 듣는 사람을 싸잡지도 않고, 다만 나와 대상이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를 이루는 깊은 사이임을 드러낼 뿐이다. 이것은 이 땅에서 뿌리 깊게 얽혀 살아온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운 삶에서 빚어진 남다른 쓰임새다.
이런 ‘우리’의 낮춤말이 ‘저희’다. 그런데 ‘저희’를 쓰려면 마음을 써야 한다. 나를 낮추면 저절로 나와 함께 싸잡힌 ‘우리’ 모두가 낮추어지기 때문이다. 일테면, ‘저희 회사’라고 하려면 우선 말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가장 손윗사람이라야 한다. 게다가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보다 더 손윗사람이라야 한다. 그러니 ‘저희 회사’ 같은 말도 쓸 사람과 쓸 자리가 아주 적다. 요즘 배웠다는 이들이 더러 ‘저희 나라’라고 하는데,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이런 말은 그 누구도, 그 누구에게도 쓸 자리가 없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76,251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2,571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36,921 | 2006.09.09 |
3626 | 성씨(姓氏)의 장단음 | 風文 | 656 | 2024.11.08 |
3625 | 흙밥과 흙수저 | 風文 | 679 | 2024.11.08 |
3624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風文 | 576 | 2024.11.06 |
3623 | 외래어의 받침 | 風文 | 516 | 2024.11.06 |
3622 | 손글씨 | 風文 | 462 | 2024.11.04 |
3621 | 불규칙용언 (1) | 風文 | 624 | 2024.11.04 |
3620 | 받침과 대표음 | 風文 | 539 | 2024.11.01 |
3619 | 간식(間食)의 순화어 | 風文 | 565 | 2024.11.01 |
3618 | 모음조화 | 風文 | 525 | 2024.10.28 |
3617 | 관용구와 속담 | 風文 | 594 | 2024.10.28 |
3616 | 고급지다 | 風文 | 631 | 2024.10.25 |
3615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風文 | 587 | 2024.10.25 |
3614 | 단위명사 | 風文 | 1,172 | 2024.10.24 |
3613 | 혼밥과 혼술 | 風文 | 1,088 | 2024.10.24 |
3612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風文 | 1,219 | 2024.10.23 |
3611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風文 | 1,119 | 2024.10.23 |
3610 | 웃프다 | 風文 | 703 | 2024.10.22 |
3609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風文 | 594 | 2024.10.22 |
3608 | 아저씨 | 風文 | 609 | 2024.10.21 |
3607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 | 風文 | 806 | 2024.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