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따리·책보퉁이
지금은 초등학생이나 대학생 가릴 것 없이 ‘책가방’을 메고 다니지만, 1970년대 이전만 해도 국민학생들은 ‘책보’를 들거나 메고 다녔다. 중학생이 되어 제복을 입게 되면서 비로소 ‘책가방’을 들고 다녔다. 넉넉한 집 아이들은 멜빵가방(란도셀, ransel)을 메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책보’였다. 책보는 ‘책보자기’, ‘책보따리’, ‘책보퉁이’로도 불렸는데, 국어사전에는 ‘책보’와 ‘책보자기’만 동의어로 올랐고, ‘책보따리’와 ‘책보퉁이’는 수록되지 않았다.
“야, 빨리 책보따리 싸 가지구 나와.”(박태순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
“며칠 전에 만석이가 책보따리를 챙겨 들고 나가면서 일러 주던 말이다.”(김춘복 〈쌈짓골〉) “나는 … 방으로 들어가서 책보퉁이를 내던지고, 서랍에서 도장을 꺼내 넣고 다시 나왔다.”(염상섭 〈만세전〉)
“아무도 책보퉁이를 들고 있지 않아서 몸과 마음이 모두 가벼웠다.”(이상문 〈황색인〉)
‘책보’와 ‘책보자기’는 ‘책을 싸는 보자기’를, ‘책보따리’와 ‘책보퉁이’는 ‘책을 보자기에 싸서 꾸린 뭉치’를 말하는 것이어서 뜻이 다르다. 따라서 ‘책보(책보자기)를 싸다’, ‘책보(보자기)를 풀다’ 등으로 쓰고, ‘책보따리(책보퉁이)를 메다’, ‘책보따리(책보퉁이)를 들다’ 등으로 구분해서 써야 하는데, 이 낱말들이 쓰인 용례를 보면 대부분 ‘책보따리’(책보퉁이)의 뜻으로 구분없이 쓰고 있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