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미혼녀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통계가 나오고서 이를 걱정하는 말들이 많다. 정부·자치단체 두루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을 정도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말로 ‘저출산, 미혼남, 미혼녀’들이 있다. ‘출산·미혼’에서 나온 말이어서 새로울 것은 없으나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저출산으로 허덕이는 전국 자치단체에서 아예 결혼 주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서울신문) “조사 결과 미혼남의 54%와 미혼녀의 40%가 동료와의 데이트에 개방적인 입장을 나타냈다.”(한겨레) “가녀린 심성을 간직한 스물여섯 살의 미혼녀로 그 미모 때문에 하루에 두 번쯤은 길거리의 사내들에게 농지거리를 받는 입장이었다.”(김주영 〈다락방의 초대〉)
이런 말들도 조어법에 어긋나지 않고 널리 쓰이고 있으므로 국어사전에 올림직하다. 또 ‘이혼녀·이혼남’이나 ‘유부녀·유부남’은 사전에 올랐는데, 같은 계열이라 할 ‘기혼녀·기혼남’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다. 이 말도 “미혼녀 울린 30대 기혼남 철창행”(신문 제목)처럼 흔히 쓰인다. 이런 말들은 대체로 짝을 이루어 쓰이는데, 짝이 없는 말도 있다. ‘미혼모’는 있지만 ‘미혼부’는 없다. ‘독신’을 ‘싱글’로 쓰는 것도 홀로 사는 이가 늘어나는 한 세태를 반영하는 듯하다. 홀아비·홀어미는 이혼과 상관없이 상대를 여읜 사람을 일컫는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