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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언어(1)
유네스코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현재 6000여 언어가 21세기 말께는 그 절반 또는 90%까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언어는 새로 생겨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말과 지리·계통에서 이웃한 만주말도 당장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한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자체에만 그치지 않고, 그 언어에 반영된 문화와 정신까지 사라져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인류에게 지난 20세기는 획일성의 시대, 다양성 말살 시대였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 이어 소련과 중국 같은 강대국이 세워지면서 이들 나라에 속한 다양한 소수민족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세한 언어와 문화에 급격하게 동화되어 갔다. 이들 강대국의 언어문화 정책은 겉으로는 소수민족 언어를 유지·보호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거역할 수 없는 압력으로 작용해 자신들의 고유어를 잃어갔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만난 어느 소수민족 언어연구소 소장의 말은 되새겨볼 만하다. “국가가, 사냥하며 고유한 말을 쓰며 살아가는 우리를 이곳 도회지로 데려와 교육시키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나에게는 우리 민족의 언어·문화를 연구하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이렇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우리 민족과 문화, 언어는 곧 사라지게 되었다.” 인류 문화의 값진 유산인 언어가 사라져 가는 것을 우리는 보고만 있어야 할까? 그리고 과연 우리말은 괜찮을까?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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