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의미
국어사전에는 ‘샘’의 뜻을 ‘물이 땅에서 솟아나는 곳, 또는 그 물’이라고 풀이한다. ‘샘’이 가지는 물리적 현상을 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전라 방언에서 쓰이는 ‘샘’의 고장말 ‘시암’을 쓴다면 이 ‘시암’의 의미는 쓰는 사람 따라 상당히 다른 정서적 의미를 갖게 된다.
‘집안이나 마을 어귀에서 물이 솟아나는 곳’이 일반적인 의미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쌀이나 채소를 씻거나 손빨래를 하며 물을 긷는 곳, 아낙네들이 모여 삶의 얘기를 나누는 곳, 겨울에 물 길러 갔다가 얼음에 미끄러져 다친 곳, 여름철 더위에 등목을 하던 곳’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암’이라는 방언에 녹아 있는 정감은 오랜 전통과 문화와 역사 속에서 다져진 정서적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시암’에 얽힌 개인의 추억과 경험에 따라서 방언 ‘시암’의 문화·정서적 의미는 아주 다양할 것이다. 그래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 고장말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이는 ‘새미, 시얌, 새암, 삼, …’ 들로 말하는 고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주로 쓰는 말은 대체로 경험적으로 익힌 것들이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길든 말을 즐겨 쓰게 된다. 이럴 때, 표준어가 보여주는 물리·현상적 의미와 고장말의 체험·정서적 의미가 대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장말의 문화·정서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는 환경을 만나면 사람들은 표현에 한계를 느끼고 글쓰기와 말하기를 어렵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