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 : B.C 246-210)가 죽고 어리석은 2세 황제가 즉위하자 전국시대 6강국의 후예들이 군사를 일으켜 고을의 우두머리를 죽이고 관청을 점거했다. 그 무렵, 무신(武信)이라는 사람이 조(趙)나라의 옛땅을 평정하고 무신군(武信君)이라 일컬었다. 이를 본 모사 괴통은 범양 현령(范陽縣令) 서공(徐公)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사또께서는 지금 매우 위급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제 말대로 하시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공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무엇이 위급하다는 거요?"
"사또께서 현령으로 재임한 지난 10년 동안에 진(秦)나라의 가혹한 형벌로 인해 부모를 처형당한 사람, 손발이 잘린 사람, 억울하게 죄인이 된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 그들이 사또를 원망하며 죽일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모르오. 그런데, 전화위복이란 또 무슨 말이오?"
"제가 사또를 대신해서 지금 세력이 한창인 무신군을 만나 싸우지 않고 땅이나 성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계책을 말해 주면, 그는 틀림없이 사또를 후대할 것입니다."
"그럼, 나를 위해 수고해 주시오."
이리하여 무신군을 찾아간 괴통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귀공(貴公)이 범양을 쳐서 현령이 항복한 경우, 그 현령을 푸대접한다면 죽음을 두려워하며 부귀를 바라는 각지의 현령들은 '항복하면 범양 현령처럼 푸대접받는다.'며 더욱 군비(軍備)를 강화하여 마치 '끓어오르는 못에 둘러싸인 무쇠 성[金城湯池]' 같은 철벽(鐵壁)의 수비를 굳히고 귀공의 군사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땐 공격이 쉽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지금 범양 현령을 극진히 맞이하여 그로 하여금 각지의 현령들을 찾아보게 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모두 싸우지 않고 기꺼이 항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