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설신어 상예(賞譽)편의 이야기. 동진(東晋) 때, 왕침(王 )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미치광이 같은 행동은 어려서부터 소문이 나 있었다. 어느 날, 왕침이 삼촌인 범영(范寧)의 집에 갔는데, 마침 장현(張玄)이라는 사람이 와 있었다. 범영은 장현과 왕침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했다. 그러나 장현은 자리에 앉은채 왕침과는 인사도 하지 않았고, 왕침도 말을 하지 않고 나와버렸다. 범영은 왕침이 장현과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을 꾸짖었다. 그러자 왕침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가 진정으로 저를 알고 싶어한다면, 스스로 저를 찾아올 것입니다. 범영은 왕침의 성격을 칭찬하며 말했다. 너는 매우 희망이 있으니, 참으로 후배 중에서 뛰어난 인물이로다. 왕침은 말했다. 삼촌 같으신 분이 안계셨다면, 이런 조카가 어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전해 들은 장현은 왕침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그를 찾아왔다. 왕침도 그를 맞아들여 그들은 곧 좋은 친구가 되었다. 훗날 왕침은 형주자사(荊州刺史)를 맡아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여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