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설신어(世說新語) 현원(賢媛)편의 이야기. 진(晋)나라 때, 태위(太尉)인 치감은 자신의 딸을 매우 예뻐하였다. 그는 사도(司徒)인 왕도(王道)의 아들과 조카들이 모두 훌륭하다는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청혼하고자 했다. 중매인은 왕씨 집안의 젊은이들을 살펴 본 후, 치감에게 말했다. 왕씨댁의 자제들은 매우 훌륭하였습니다만, 한 자제는 배를 드러낸 채 침상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훗날 잠을 잤던 이 젊은이가 치감의 사위가 되었는데, 그는 왕도의 조카로서 후세에 이름을 날린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였다. 왕희지는 처남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사안과 사만 등과는 마음이 잘 맞았다. 한번은 왕희지의 아내가 친정에 다니러 와서 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왕씨 집안 사람들은 사안과 사만이 오면 광주리를 다 쏟아( 傾箱倒篋) 음식을 차려 맞이하면서도, 너희들이 오면 평상시 처럼 대접하니 다음부터 번거롭게 왕씨 댁에 내왕하지 않도록 해라.
傾箱倒篋 이란 가진 것을 모두 다 꺼내놓음 을 비유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