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가난한 장주(莊周:장자의 이름)는 감하후(監河侯)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고을의 세금을 거둬들여 그때 삼백금을 빌려주겠다는 감하후의 말에 장주는 화가 나서 얼굴빛이 달라지며 말을 했다.
내가 이리로 오는데 도중에 부르는 소리가 있어 뒤를 돌아보니 수레 바퀴 자국에 붕어가 있있소(車轍中有 魚焉). 그 붕어는 약간의 물만 있어도 자신을 살릴 수 있다고 했소. 그래서 나는 남쪽의 오월(吳越)의 왕에게로 가서 촉강(蜀江)의 물을 보내주겠다고 했지요. 그러자 그 붕어는 불끈 성을 내며 차라리 건어물전에 가서 자기를 찾으라고 하더군요.
涸轍鮒魚(a fish in a dry rut-in extremities) 는 학철지부(涸轍之鮒 ), 철부지급(轍鮒之急), 고어학철(枯魚涸轍), 학부(涸鮒) 등이라고도 하며, 극도의 곤경에 처하여 있음 을 비유한 말이다. 북한 인구의 4분의 1인 550만명이 기아선상에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역시 허울 좋은 주체 낙원 건설 이 아니라 한 그릇의 강냉이 죽 이다.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란 뜻으로, 매우 위급한 경우에 처했거나 몹시 고단하고 옹색함의 비유.
전국 시대,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했던 장자(莊子)의 이야기이다. 그는 왕후(王侯)에게 무릎을 굽혀 안정된 생활을 하기보다는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가난한 그는 끼니조차 잇기가 어려웠다. 어느 날 장자는 굶다 못해 감하후(監河侯)를 찾아가 약간의 식대를 꾸어 달라고 했다. 그러자 감하후는 친구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어 이렇게 핑계를 댔다.
“빌려주지. 2, 3일만 있으면 식읍(食邑)에서 세금이 올라오는데 그때 삼백 금(三百金)쯤 융통해 줄 테니 기다리게.”
당장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2,3일 뒤에 거금(巨金) 삼백 금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체면 불고하고 찾아온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장자는 내뱉듯이 말했다.
“고맙군. 하지만 그땐 아무 소용없네.”
그리고 이어 장자 특유의 비아냥조(調)로 이렇게 부연했다.
“내가 여기 오느라고 걷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르지 않겠나.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붕어가 한 마리 있더군[涸轍鮒魚].’‘왜 불렀느냐’고 묻자 붕어는 ‘당장 말라죽을 지경이니 물 몇 잔만 떠다가 살려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귀찮은 나머지 이렇게 말해 주었지. ‘그래. 나는 2,3일 안으로 남쪽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로 유세를 떠나는데 가는 길에 서강(西江)의 맑은 물을 잔뜩 길어다 줄 테니 그 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랬더니 붕어는 화가 나서 ‘나는 지금 물 몇 잔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기다리라고 하니 이젠 틀렸소. 나중에 건어물전(乾魚物廛)으로 내 시체나 찾으러 와 달라’고 하더니 그만 눈을 감고 말더군. 자, 그럼 실례했네.”
[주] ‘涸’이란 글자는 원래 ‘학’자인데 이 경우 ‘확’으로 읽어 ‘확철부어’라고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