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蘇東坡)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송대(宋代)의 시인 소식(蘇軾)은 진사, 학사, 예부상서 등의 관직을 지냈으나, 정치적으로는 순탄하지 않았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는데, 이러한 환경은 그로 하여금 심도 있는 작품을 쓰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佳人薄命 이라는 말은 그의 칠언율시 박명가인(薄命佳人) 에 나온다.
두 볼은 엉긴 우유빛 머리는 옻칠한 듯 검고 / 눈빛이 발에 비추어 구슬처럼 반짝인다. / 하얗고 하얀 비단으로 선녀의 옷을 지어 입고 / 타고난 바탕을 더럽힐까 입술연지는 바르지 않았네. / 오나라 사투리의 예쁜 목소리 앳되기만 한데 / 한없는 근심은 전혀 알 수 없네. / 예로부터 아름다운 여인의 운명 기박함이 많으니(自古佳人多命薄) / 문을 닫은채 봄이 지나가면 버들꽃도 떨어지리.
본래 이 시에서는 佳人命薄 이라 하였으나 후에는 佳人薄命 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美人薄命(미인박명) 이라는 말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佳人薄命 이란 미모가 뛰어난 여자는 그 운명이 기구하거나 길지 못함 을 뜻하는 말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뜯어고친 여인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들은 외모를 위해 수명과 운명이라는 내실(內實)을 포기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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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시의 작자 소식(蘇軾:1036-1101)이 항주, 양주 등의 지방장관으로 있을 때 우연히 절에서 나이 삼십이 이미 넘었다는 예쁜 여승을 보고 그녀의 아름다웠을 소녀시절을 생각하며 미인은 역사적으로 운명이 기박하였음을 시로 쓴 데서 전하여졌음.
두 볼은 엉긴 우유와 같고 머리는 옻칠을 한 것처럼 새까맣고, 눈빛이 발에 들어오니 주옥과 같이 빛난다. 본디 흰 비단으로써 선녀의 옷을 지으니, 입술연지는 천연의 바탕을 더럽힌다 하여 바르지 않았네. 오나라 사투리의 애교 있는 소리는 어린아이처럼 애띠고, 무한한 사이의 근심 다 알 수 없네. 예로부터 아름다운 여인 운명 기박함이 많으니, 문을 닫고 봄이 다하니 버들꽃 떨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