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 있고 깃발 날리는 자의 위력을 등에 업고 뽐내는 일을 ‘범탈 쓴 여우’(차호위호)로 비긴다.
출전은 <전국책>의 ‘초책’ 편이다. 초나라 선왕(재위 서기전 370~340년) 때 위나라 ‘강을’이라는 입담쟁이가 와서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 초나라에서는 재상 소해휼이 실권을 쥐고 있어서 강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선왕이 여러 신하에게 물었다. “우리나라 북쪽 여러 나라가 소해휼을 두려워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참말로 그런가.” 아무도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그때 강을이 ‘범탈 쓴 여우’ 이야기를 했다.
“범은 모든 짐승을 잡아먹습니다. 범이 여우를 붙잡았습니다. 여우가 범에게 ‘당신이 나를 먹으면 안 됩니다. 하느님이 나를 뭇짐승의 우두머리로 삼았습니다. 그런 나를 먹으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됩니다. 믿지 못하겠거든 내가 당신 앞에서 걸어갈 테니 그 뒤를 따라와 보십시오. 뭇짐승이 도망하나 안 하나’라고 했습니다. 범은 여우 말이 그럴듯하여 여우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짐승들이 모두 도망쳤습니다. 범은 짐승들이 여우가 무서워서 도망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지금 임금님의 영토는 오천리 사방, 군대는 백만, 이것을 소해휼 한 사람에게 맡겨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쪽 여러 나라가 소해휼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님의 백만 군대를 무서워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