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밤 곽한이 뜰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때 야릇한 향내와 함께 눈부시게 어여쁜 아름이(아름다운 이)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의 앞에 섰다. 곽한이 놀라 그의 앞에 납작 엎드리니, 아름이는 웃음 띤 얼굴을 하며 “소녀는 하늘나라 직녀입니다. 서방님의 몸깔(인품)을 사모하여 이렇게 왔습니다”라고 했다. 곽한은 직녀와 꿈과 같은 하룻밤을 지샜다. 그미는 날이 새자, 구름을 타고 하늘로 돌아갔다. 이렇게 해서 직녀가 밤마다 찾아와 곽한과 구름비(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이윽고 칠석날 밤에는 직녀가 나타나지 않았다가 며칠 뒤에 또 나타났다. 곽이 “오랫동안 못 뵈었네요” 하니까, 직녀가 웃으며 말했다. “하늘의 하루는 이승의 닷새가 됩니다.” 곽이 무심코 직녀의 옷을 보니 꿰맨 데가 없었다. 까닭을 물은즉, “하늘옷(하늘 사람들이 입는 옷)은 바늘이나 실로 꿰매지 않습니다”라는 대답이었다. 그가 보고 있는데, 그미가 돌아가려 하자, 그 옷이 저절로 스르르 몸에 감기는 것이었다.
직녀의 옷에 꿰맨 데가 없다는 데에서 글이나 그림이 잔꾀가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완전하다는 뜻으로 ‘하늘옷 안 꿰매’(천의무봉)라고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