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코 중의 왕코 이종환씨. 밥맛 나는 웃음소리 최유라씨. 두 분 안녕하십니까? 저역시 남보다 큰 코 덕분에 숨쉬기 운동이 편리해서 아주아주 잘 있습니다. 저도 한번 웃음이 피어나는 편지에 도전을 해볼까 해서 사나이만의 추억, 군생활의 일부인 논산훈련소시절을 소개할까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군에 입대하기 전 선배로부터 훈련소 생활에 보탬이 되는 내용을 실기 없이 이론으로 어느 정도 통달을 할고 입대했습니다. 입대하기 전 선배로부터 들은 말은 훈련소에서는 무조건 종교부터 가져라. 그래야만 일요일에 사격도 나가지 않고 편하게 교회에거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면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기가 막힌 특혜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저의 목표는 적의 진지보다 최우선 순위인 잠을 잘 수 있는 종교부터 갖는 것이었습니다. 저높은 곳을 향하여, 훈련소에서 이틀째 되는 날 드디어 이론으로 터득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군간이 다가왔습니다.
"훈련병 정렬!"
우리들의 내무반장 설상병(일명 독사)! 키는 거인이고 눈은 쭉 찢어졌으면 얼굴은 험상궂은게 한마디 한마디 하는 말까지도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흔들렸습니다. 저 독사에게 한 번 물리면 죽고 말 거란 갱각이 들었습니다. 허나, 잠시 정신을 차리고 독사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대한민국 군대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먼저 기독교 신자는 앞으로 나와라."
지하철이 그렇게 빨랐을까? 고속전철인들 그렇게 빨랐을까!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쏴라의 알리 주먹도 저보다 느렸을것입니다.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제일 먼저 독사 앞에 섰습니다.
"야 이자식들아, 무슨 예배당이 이렇게 많아. 너무 많기 때문에 5명만 뽑겠다."
저는 속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5명이 아니라 1명만 뽑는다 해도 제가 1번인 것을... 군대는 선착순이 아닙니까. '용의 머리가 여긴데 설마 꼬리부터 세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이런 생각도 잠시였습니다. 독사는 저를 툭치며 이러는 겁니다.
"너 주기도문 외어봐."
이게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립니까. 아니면 맑은 하늘에 장작 빠개지는 소리입니까. 이론으로 터득한 예행연습에도 그러한 내용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오! 마이 갓.' 제가 주기도문을 알 리가 없지요. 단 한번도 교회를 가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주기도문을 알겠습니까? 저는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뇌는 빠르게 명령했습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저는 평범하게 '주기도문'하고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그 다음이 뭐야 임마!"
좀 더 크게 '주기도문'하고 또 할말이 없었습니다.
"이 자식이 장난하나, 다음말 해봐. 짜샤~."
비오는 날에는 개구리가 더욱 크게 울죠? 그날따라 내무반 밖에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독사 앞에서 세차게 외쳤습니다.
"잊었습니다"
20년동안 단 한번도 누구에게 맞아본 적이 없는 저의 귀싸대기를 독사의 손이 후려친 것입니다. 독사의 손은 인간의 손이 아니었습니다.요새 군대에는 구타가 없어졌다죠? 요즘 군대생활은 행복하겠지만, 20년전에 맞은 그 한대는 마치 핵폭탄 같았습니다. 저는 그날 대한민국 육.해.공군 장군의 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결과를 치렀습니다. 다음은 천주교를 모집한다라는 내무반장의 말이 떨어졌습니다. 기독교에서 홍역을 치른 뒤라 서로가 눈치를 보며 주저했습니다. 저는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고지가 저긴데...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인데...' 또 다시 저의 뇌는 명령했습니다. '진지를 향해 돌진하라!' 저는 그 명령을 거역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대충 앞사랑 하는 거 커닝하고 귀동냥이라도 해서 5명 안에 들어 볼까하고 여섯번째에 섰습니다. 치밀한 계산이었지요. 그런데... 앞에 섰던 5명 전부는 진정한 카톨릭 신자였던 것입니다. 이렇게도 운이 안 따라 줄 수 있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독사는 제앞으로 오는 겁니다.
"요자식! 아까는 기독교라더니 이제는 천주교야?"
독사는 저를 또 때리는 겁니다. 대한민국 군대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더니, 질문이나 해보고 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대 맞고 나니 정말이지 미치겠데요. 이제는 때리는 것이 모자란지 원산폭격까지 시키는 겁니다. 저는 선배가 너무 원망 스러웠고, 술까지 사주면서 진지하게 들어주었던 제 자신이 너무나 서글펐습니다. 더구나 빡빡 깎은 머리로 원산폭격을 하니 도저히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독사는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불교를 모집한다. 역시 정원은 5명이다."
저는 바닥에 머리 박은 채 결심했습니다. '5명이면 뭐하고 50명이면 뭐하랴. 나는 이제 찍힌 몸인 것을... 앞으로 살아가면서 하느님과 천주님은 절대로 찾지 않을거다.' 그리고 불교는 아에 포기하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마저 섰다가는 어디 한군데 제대로 물릴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저 독사에게 이번에 물리면 나는 끝이다. 고향으로 살아서 돌아가야 된다.' 그런데 독사 앞에 나서는 사람은 1명뿐이고 아무도 나서질 않는 겁니다. 독사는 자기 앞에 1명밖에 없는 것이 불쾌했는지 소릴 질렀습니다.
"더 이상 없나?"
또 다시 저의 뇌는 긴급 명령했습니다.. '뭐하고 있나? 돌격하지 않고, 돌격 앞으로.' 결정을 하니 독사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물뱀으로 보이는 겁니다. '지가 아무리 독이 오른 독사라도 물려면 물어라. 너는 상병이지만 내 친구 중에는 소위도 있고, 중위도 있다. 고향 땅 면사무소에는 대위보다 상관인 방위도 있단 말이다.' 저는 자리에서 제 맘대로 벌떡 일어섰습니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수많은 눈동자가 저를 주시했습니다. 주위에는 숨소리조차 없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조용한 침묵은 처음이었습니다. 독사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아예 제쳐놓고, 제 앞으로 오더니 말했습니다.
"징헌 놈."
저는 긴장했습니다. 언제 날아올지 모를 독사의 핵주먹을 그저 입을 콱 물고 눈을 감고 기다렸습니다.
"이놈이, 오늘 뭘 잘못 먹었나? 군대가 네 동넨 줄 알아? 기독교, 천주교, 이제는 불교까지 군대 종교가 모두 네꺼냐? 좋아 불교에 대해서 모르면 넌 오늘이 제삿날이다."
저는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래 물뱀에 물려면 물어라.' 그리고 근엄한 큰 스님처럼 말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이 짜샤! 그것말고 다른것."
독사는 소릴 지르데요. 전 소리를 지르든 말든 관계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두 손 합장하며 외쳤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우리의 물뱀은 입가가 살짝 실룩이면 또 다시 말했습니다.
"징헌놈"
저는 그때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드디어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그 감격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저는 그때 인연으로 인해서 오늘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살아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