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참되기 위해서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사랑을 하려면 상처 입고, 자기를 비워내야 합니다."
마디마디 힘주어 천천히 말씀하시는 당신의 그 조용하면서도 신념에 찬 음성이 바로 가까이서 들리는 듯합니다. 데레사 수녀님, 평안하신지요? 이젠 캘커타의 어머니뿐 아니라 전세계의 어머니가 되신 데레사 수녀님, 오늘, 우리 나라 신문의 해외토픽난에서 당신의 모습을 뵙고 반가웠습니다. 미국을 방문중인 당신이 신생아와 유아들을 위한 집 봉헌식에 참석하시어 어느 주교님과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 사이에서 활짝 웃고 계신 사진이었습니다. 한 살에서 세 살까지의 아기들을 그들이 입양될 때까지 돌보아 주는 그 집 이름은 당신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고 하더군요. "원치 않고, 먹이고 교육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 아이들을 내게 주십시오. 어떤 아이도 거절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늘 당당히 말씀하시며 낙태 반대운동에 앞장서시는 수녀님. 오늘 저는 미지의 카톨릭신자인 독자로부터 반가운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첫아기를 낳고 10년 만에 다시 아기를 가졌는데 임신인 줄 모르고 계속 감기약을 먹어서 장애아를 낳을까 걱정되고, 주위의 권유도 있고 해서 낙태를 해 버릴까 생각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적었지요.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젼에서 수녀님과 함께 마더 데레사를 보게 됐는데 거기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그분의 삶을 보고 아기를 낳기로 결심했습니다. 태어나서 버려진 장애아를 거두어 보살피시는 것을 보고 흐르는 눈물 속에 용기를 안고, 믿음이란 주님의 뜻대로 사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곧 태어날 우리 아기를 위해 꼭 기도해 주세요.`
제가 직접 뵙고 이 소식을 전해 드리면 약간은 무뚝뚝하게 느껴지는 그 특유의 굵은 음성으로 "베리 굿 (Very good)!" 하시며 활짝 웃으시겠지요? 이렇듯 당신은 먼 곳에까지 깊은 영향력을 뻗치고 계십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겨 두지 않는 겸허한 사람, 오직 이웃 사랑을 위해 전존재를 투신하며,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예수, 마리아가 전부인 기도의 사람. 많은 이들이 그토록 가까이 뵙고 싶어하는 수녀님과 두 번의 인터뷰를 하고, 바로 곁에서 사흘 동안이나 미사에 참여하며 함께 성가를 부르던 일이 제겐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쁨으로 그 고운 빛깔을 더해 가고 있습니다.
성당 안에서 당신의 그 주름진 얼굴과 손, 닳고 닳아 뭉툭해진 발, 구김살이 펴지지 않는 청색 스웨터와 빛깔이 바랜 낡은 사리. 오래된 기도시를 보는 순간 저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길 없었습니다. 그 눈물은 값싼 감상이 아니었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비워내는 참사랑을 실천하는 분 앞에서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해지던 저 자신을 돌보아주는 참회의 눈물이기도 했습니다. 약 50년의 긴 세월 동안 오직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깊게 패인 사랑의 주름살도, 깊고 푸른 눈빛도 모두가 성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저를 압도하며 주눅들게 했었답니다. 몇 달 전 그곳을 다녀온 후 늘 벼르기만 하던 문안편지 한 번 올리질 못했습니다. 인도에 다녀와 저는 꽤 여러 날 몸도, 마음도 앓으며 지냈는데 그것은 어쩌면 너무 큰 사랑의 충격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 앞으로도 계속 앓아야겠지요.
사랑이 참되기 위해서는 오늘도 끊임없이 자기를 비우고 헌신해야 함을 행동으로 일러주시는 어머니. 당신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리오며 일러주신 다음 말씀을 늘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많은 사랑을 실천에 옮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