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7년 부활절, 우리말로 된 <신.구약성서>합본을 수녀원에서 처음으로 선물받았을 때의 그 기쁨과 설레임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요? 지금도 가끔 그때의 감격을 되살리며 <성서>를 읽노라면 새로운 힘이 생깁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피정이나 묵상 기도를 할 때 고즈넉한 빈방에 촛불을 켜고 앉아 <성서>를 읽고 맛들이는 즐거움은 참으로 은혜로운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릇 그리스도인의 삶은 일상생활이든 대인관계이든 모두 성서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그날그날의 복음과 독서 내용을 되새김하며 일상의 삶 안에서 그 가르침을 실천하려 애쓴다면 우리가 주고받는 대화 역시 속되고 피상적인 것에서 좀더 거룩하고 깊이 있는 것으로 순화되어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매일의 소임 장소에서 그날의 복음 한 구절을 옆의 수녀님과 함께 읽고 일을 시작하는데, 그 말씀들은 어느새 고운 보석으로 가슴에 박혀 시간을 낭비하거나 이웃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하고, 진지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갖도록 도와 줍니다.
어쩌다 신앙의 갈등이나 삶의 회의에 빠져 괴로울 때도 어떤 스승에게서보다 큰 힘과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생명의 원천이 곧 <성서>임을 우리는 자주 체험하게 됩니다. 가정이나 본당, 수도원의 어떤 모임에서건 각자 <성서>를 읽고 느낀 점을 서로 나누다 보면 무척 다양하고, 새롭고, 창의적인 다른 이의 묵상법에 놀라게 되고, <성서>가 불후의 명작이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로 거룩한 책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좋아하는 <성서> 구절마다 색연필로 밑줄을 긋는 것. 편지, 엽서, 카드의 인사말을 모두 <성서> 구절을 인용해서 쓰는 것, 잠시 여행을 떠날 때도 꼭 작은 <성서>를 갖고 다니며 남이 볼 때도 거리낌없이 읽는 것 등은 내가 즐겨 하고 이웃에게도 권하고 싶은 조그만 실천사랑들입니다.
며칠 전엔, 중학교 시절부터 내게 편지를 보내 오곤 하다가 결혼 후 입교를 하고,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재준 엄마가 보낸 편지의 몇 구절이 나를 기쁘게 했습니다.
`...저는 요즘 <성서> 읽는 기쁨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책, 비할 바 없이 좋은 책, 성스러운 책을 왜 진작 접하지 못했는지 후회스럽기조차 합니다. <성서> 읽는 기쁨을 수시로 느끼다 보니 자연히 책도 일반 서점보다는 가톨릭 서점에 가서 고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제 신앙도 더 견고해지는 느낍입니다.`
이렇듯 <성서>를 읽는 기쁨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맛들여야할 참 기쁨, 끝없이 확산시켜야 할 그리스도인의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과 이웃과 자신을 들여다보는 은총의 거울
<성서>와 함께 기뻐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사노라면
기쁨은 또 기쁨을 낳아
우리의 삶을 축제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