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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고 선을 베푸는 일을 결코 게을리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주님의 자비하심을 나는 더욱 열심히 따르고 싶다. 나와 천성이 다른 사람을 비판하거나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그의 좋은 면을 보려고 애쓰는 편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건 불신을 품는 일, 특히 보잘것 없는 사람들, 가난하고 권력없는 사람들에게 불신을 품는 일, 남을 깍아내리는 평가 등은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를 고통스럽게 하며,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를 아프게 한다.` 교황 요한 23세의 이 말씀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으며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그의 끝없는 애정에 감동했다.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십사 하고 기도했던 오늘, 용서한다고 쉽게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서로 용서하지 않는 일이 우리 사이엔 얼마나 많은지! 가끔은 하느님도 이 부분을 슬퍼하시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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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아직도 쓰라리고 남북은 함께 슬프구나. 여섯 살 때 납북되신 아버지가 낡은 사진 속에서 걸어나와 가끔 내게 말은 건네신다. "얘야, 잘 있니? 너무 오랜 세월 우리는 헤어져 살았구나. 내가 왜 떠나게 되었는지 나도 모른단다. 이 땅에서 다시 만날 희망이 없어졌지만 나의 사랑은 식지 않았단다. 내 탓이 아니라도 나를 많이 원망하며 그리워했을 모든 가족에게도 안부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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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일. 끝내기 위해서 숨이 찾던 일의 의무도, 아름답지만 조금은 고단했던 사랑의 의무도 오늘은 모두 쉬기로 하자. 끊임없는 계획으로 쉴 틈이 없었던 생각도 쉬게 해주자. 급히 따라오는 시간에도 쫓기지 말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지녀야지.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그냥 조용히 웃어 보는 기쁨 또한 기도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