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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어떤 이가 나더러 `그리 복잡한 가운데서도 10여년 전 책갈피에 끼워 놓았던 자료까지 다 찾아내는 걸 보면 정말 놀랍다니까요. 어떻게 그런 걸 다 기억할 수 있지요?` 하는 말을 듣고 그 옆자리에 있던 다른 이가 말했다. `아마 우리는 잘 이해 못하지만 하느님의 기억력은 더하시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여럿이라도, 빠짐없이 다 기억하고 사랑하시는 참 놀라운 분이시잖아요.` 수도 생활을 나보다 훨씬 오래 한 선배 수녀님의 그 진지하고도 소박한 표정이 오랫동안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며칠 전에 내가 방을 옮겼다고 고운 유리컵과 과자 한 봉지를 내가 없는 사이 살짝 두고 가셨던 티나 수녀님의 고운 마음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