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왕자를 무척 따르던 로스페데라는 예쁜 처녀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평민은 왕자를 사랑하지 못하므로 그녀는 몰래 가슴만 태우면서 왕자를 기다리며 지냈습니다. 한번은 이웃나라와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가장 믿었던 장군의 배반으로 왕자는 홀로 도망쳐 왕의 사냥터에 숨었습니다. 이때 로스페데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이 산에 가서 왕자에게 바치고 싶었던 금반지며 금팔찌를 묻은 싸리나무 밑에서 신께 기도를 드리려다가 의복이 찢긴 채로 한 청년이 지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동정심이 많은 로스페데는 그 청년을 조용히 깨워 포도주와 빵을 먹이고 상처를 씻어 주었는데, 그때 왕자의 무늬가 박힌 보석반지를 낀 손을 보았습니다. 로스페데는 그제야 그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던 왕자인 줄을 알았으나 모르는 체하고는 찢어진 옷을 꿰매고, 싸리나무 밑을 팠습니다. 그러나 숨겨 두었던 보물은 모두 노란 황금물로 녹아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로스페데는 거기서 돋아난 싸리가지를 꺾어 드리며, "왕자님 여기 지휘봉이 있으니 정신을 차리고 나가 싸우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왕자는 용기를 얻어 싸리가지 지휘봉으로 처녀가 가지고 온 말을 타고 나가 싸워 크게 승리했습니다. 물론 로스페데는 왕후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싸리나무 속이 노란 것은 황금물로 자란 까닭이며, 좋은 향내는 지성의 로스페데의 몸의 향수 냄새라고 합니다.
사랑은 인간의 주성분이다. 인간의 존재와 같이 사랑은 완전무결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 하나 더 보탤 필요가 없는 것이다. - J. G. 피히테
내겐 너무 예쁜 당신
산을 좋아하는 젊은 말콤은 애인인 바브와 6천 1백 피트나 되는 발루파스 산꼭대기에서 폭설을 만났습니다. 산장에서 밤을 새우고 눈쌓인 미끄러운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어미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은빛 털을 가진 굉장히 큰 곰이 바브를 덮쳤습니다. 순간 말콤은 바브를 밀쳐 눈덮인 냇독으로 쓰러지게 하고 곰과 결투를 벌였습니다. 말콤은 곰의 앞발 공격 한 대에 정신을 잃었습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 고개를 드니 10 피트나 떨어진 곳에 바브가 내동댕이쳐진 것을 알았습니다. 곰은 얼굴을 땅쪽으로 돌린 채 눈 위에 죽은 듯 넘어져 있는 바브의 등을 물려는 찰나였습니다. 말콤은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무서워할 겨를도 없이 허리띠에서 사냥용 칼을 빼들고 곰에게 달려들어 육중한 곰의 등에 매달려 목 부근에 칼을 박았습니다. 곰은 신음소리를 내며 말콤을 땅에 떨어뜨리고 얼굴을 발로 마구 긁어댔습니다. 말콤의 머리털은 가발처럼 홀랑 벗겨졌고 마지막 힘을 다해 곰의 코를 때리면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바브의 필사적인 탈출로 병원에 옮겨진 뒤에야 의식을 되찾은 말콤은 중대한 수술과 함께 20여 번의 성형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루는 간호사가 붕대를 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는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 보았습니다. 팔의 근육을 떼어내 코를 만들고 다리에서 벗겨낸 피부로 얼굴을 덮은 자신의 얼굴을 보자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 날 이후 말콤은 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사랑하는 바브가 매일같이 전해 오는 편지에도 답장하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난지 6개월만에 말콤은 바브를 찾아갔습니다. 흉터 투성이 얼굴에 팔은 깁스를 했고 온몸은 바싹 여윈 말콤을 바브는 여전히 변함없는 사랑으로 맞아 주었습니다. 결국 말콤은 바브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했습니다. 말콤에 관한 기사는 캐나다 전역에 퍼졌고 캐나다를 방문한 엘리자벳 여왕은 '용기의 별'이란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사람들이 바브에게 자기를 살려 준 의무감 때문에 결혼했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사고 전부터 그를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입니다. 외모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무슨 소용이 있어요. 흉터가 사람 됨됨이까지 바꾸는 것은 결코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