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야 할 무렵, 집안 사정 때문에 나는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집안 살림이 너무 쪼들려서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직업 전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충무로 모 이발관에서 구두를 닦는 일이었다. 서툴기 그지없었다. 몇 켤레도 안 닦았는데 손은 시커먼 구두약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바로 그날, 손님들 중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옆집에 사는 아저씨였다.
"아니, 너 광인이 아니냐? 네가 이게 웬일이냐?"
나는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저씨는 모든 것을 다 알겠다는 듯 말씀하셨다.
"울지 마라, 광인아! 나는 보들보들하게 고운 손보다 이렇게 시커먼 손이 더 좋다."
그러면서 내 두 손을 꼭 잡아 주셨다. 그후로 지금까지 나는 어떤 일에 낙담을 할 때마다 그 말을 생각하고 더욱더 노동을 사랑하게 되었다. (삼아상사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