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설 운동장에 축구 경기를 보러 갔을 때였다. 열띤 전반전이 끝나자 나는 뜨거워진 머리도 식힐 겸해서 고개를 숙여 잠시 쉬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운동장 스탠드 벽 바로 밑, 시멘트가 떨어져 나간 작은 틈새의 흙 속에 파란 풀잎 하나가 햇볕에 반짝이는 게 보였다. 이름 모를 그 풀잎을 대하는 순간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딱딱하고 거친 시멘트 바닥, 손가락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틈바구니에 어디서 날아온 작은 씨앗이 이렇듯 자리잡고 살아 있는 것일까.'
물과 영양분에 굶주리며 기껏 자라도 사람들의 무딘 발 아래 짓밟히는 운명. 하지만 그 작은 생명체는 푸른 생명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육군 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