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의 일이다. 친구의 남편이 경부 고속도로의 버스 전복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처음 신문 발표에는 사망자 명단에 낄 만큼 중상이어서 주위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나는 친구 몇몇과 함께 꽃을 사 들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8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다리에 기운이 빠질 정도로 불안하고 초조했다. 눈이 퉁퉁 붓도록 통곡을 하고 있거나 실신 상태에 빠져 있을 친구를 무슨 재주로 위로해 줘야 하는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걱정은 병실 문을 여는 순간 깨끗이 사라졌다. 친구는 함박꽃 같은 웃음을 보이며 기운차게 달려나오는 게 아닌가.
"어머! 너희들 와줘서 고맙다. 아직은 의식 불명이지만,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거나 같아서 난 너무 기뻐. 생명을 건졌다는 그 사실에 그저 감사할 뿐이야."
친구의 음성은 기쁨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온몸이 시커멓게 탄 채, 두 팔다리가 절단되어 누워 있는 환자의 뒤에서 난 흘러나오는 눈물을 감출 수조차 없었다. 똑같은 불행을 당했어도 그 불행을 한탄하고 절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큰 불행이 아님에 오히려 감사하는 사람이 있다. 절망의 고비를 즐겁게 넘길 수 있는 친구의 그 지혜는 내게 큰 교훈이 되었다.
(진명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