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신부에 들어온 지도 벌써 25년, 천직으로 생각하는 문지기 생활을 줄곧 해오고 있지만 부끄럽다고 느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욕심 없이 주어진 일들을 그날그날 충실히 하는 재미로 한평생이 가버렸다고나 할까. 가끔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런 대로 아내와 함께 별다른 실수 없이 살아온 내 인생의 한 길을 되새겨 볼 때마다 미소가 떠오른다. 더욱이 자식 복이 없어 딸 하나를 키우며 외롭게 지냈지만 이제는 그 딸이 장성해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잘사는 것 보면 그저 대견스럽기만 하다. 돈도 모으지 못하고 출세도 못했지만 나는 오늘도 문을 지키고 있다. 아마도 불평을 모르는 알뜰한 아내가 있었기에 한평생을 외길로 살 수 있었는지 모른다. 남의 그늘에서 외길 25년을 한결같이 살아온 우리 가정에 또 하나의 영광은 대통령께서 나에게 홍조근정훈장을 목에 걸어 주고 가난하게만 살아온 아내에게 기념품을 주신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