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선배 한 분이 프랑스에 다녀왔다. 나는 선배의 독특한 안목에 대해 깊이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프랑스 여행담을 기대했다. 사실 선배는 많은 것을 보고 왔다. 떼아뜨르 프랑세즈의 관람이니, 샹송이니, 프랑스인의 생활이니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를 감동시킨 이야기는 다른 것이었다.
선배는 어느 날 한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큰 성곽이 있었다. 그처럼 조그마한 마을에 큰 성곽이 있는 것이 이상스러워 가까이 가보았더니 거기에는 우편 배달부의 성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19세기 말엽에 이 마을에는 한 우편 배달부가 있었다. 그의 소원은 자기도 귀족처럼 큰 성을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편 배달부로서 그는 그런 성을 가질 만한 경제적, 사회적 조건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자신이 우편물을 배달하러 다니는 동안에 그곳에서 돌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루에 두세 개도 모으고 많은 날은 십여 개도 모으는 일을 그는 우편 배달부 생활 40년 동안 계속했다. 그랬더니 그 돌이 하나의 성을 쌓을 만큼 많아졌고, 그리하여 그 우편 배달부는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퇴직금으로 그 성을 쌓았다.'
그는 그의 꿈을 40년 만에 이루었으며, 여생을 그곳에서 편안하게 보냈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에선, 이 우편 배달부야말로 오늘의 프랑스를 있게 한 프랑스 정신을 가장 잘 보여 준 사람이라 하여 오늘날까지 그 성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