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뜨개질 같은 것을 싫어했다. 바늘로 실을 잡아당겼다가 다시 넣고 하는, 똑같은 행위의 끝없는 반복이란 지독히 권태스럽고 비창의적인 일이라고 단정해 버렸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독서를 한다든가, 음악을 듣는 편이 훨씬 더 보람 있는 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내가 교사로 있는 학교의 오후는 시끄러우면서도 무료하다. 독서를 하기에는 너무나 산만하다. 그래서 우연히 낮 시간 이용의 한 방법으로 시작해 본 것이 뜨개질이었다. 한 코 한 코를 떠가면서, 지금까지 뜨개질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는 확실히 다른 무엇이 있음을 알았다. 남편의 믿음직한 어깨 넓이를 어림으로 재어 보는 흐뭇함도 컸으며, 또 한 가지는 이 일이 결코 반복이나 비창의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완전한 한 가지 철학이 있었다. 한 코만 잘못되어도 전체가 다 풀어져 버리는 질서와 절대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