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서 근무하는 형이 휴가를 나왔다가 귀대일이 임박해서 객지 생활 하는 나에게 들렀다. 휴가 기간 동안 형은 시골집에서 뭘하면서 지냈는지 몸이 많이 야위었다. 집안이 풍족하다면 별다른 생각이 없겠으나 가난하다 보니 괜히 형이 애처롭고 안타깝게 보인다. 이런 게 내 마음을 억누르는 가운데 오랜만에 형과 함께 저녁을 같이 했다. 하숙집 아주머니의 호의인지 밥상은 맛있게 요리된 불고기와 갖가지 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난데없는 진수성찬이 약간은 의아했으나 늘 고생만 하는 애처롭게 생각되던 형에게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나로서는 형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기뻤다. 이튿날 형은 몸 건강히 맡은 일에 충실하라는 말을 남기고 귀대했다. 그날 저녁, 하숙집 아주머니로부터 어제 저녁 형이 준 돈으로 음식을 차렸고 밀린 하숙비까지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형은 휴가 동안 일이 바쁜 시골에서 억척스럽게 막일을 하여 얼마간의 돈을 장만한 것이었다. 모처럼의 귀중한 휴가를 그렇게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눈에서 번갯불이 번쩍였다. (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