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셨다. 부엌에서의 부주의로 하반신에 끔찍한 화상을 입으신 것이다. 어머니는 꼼짝도 못한 채 누워 계셨고, 어쩌다 잠결에 몸을 잘못 움직이면 상처가 침대 천에 닿아 쓰라린 아픔으로 신음하셨다. 그렇게 보름이 넘도록 어머니는 몸 한 번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병상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루는 작은형님이 어머니의 귀에 대고 조용히 물었다.
"어머니, 얼마나 아프세요?"
"천 번 죽고 천 번 사는 아픔이구나."
우리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어머니의 고통을 같이 나눠 갖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팠다. 하루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내 손을 잡고 어머니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얘야, 나는 지금 너희들을 위해 기도드리고 있다. 너희들의 아픔을 모두 나에게 주십사고 말이다. 지금 나의 이 고통에 너희 고통까지 모두 합쳐서 내가 다 받겠다고 말이다. 내 기도가 이루어져 앞으로는 너희들이 고통을 받지 않게 되기를 나는 지금 빌고 있단다."
며칠 후 어머니는 말없이 숨을 거두셨다. 그로부터 어느새 7년이 흘렀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가지 행복을 느끼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 돌아누울 때마다 느끼는 행복감이다. 아, 내 몸이 이렇게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구나. 돌아눕는 행복, 이것은 어머니가 내게 물려주신 값비싼 선물이다. (공군 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