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굽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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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감나무 아래서 서로의 등을 기대고 서서 하늘을 보았다. 그때 내가 바라보는 하늘 쪽에 길게 유성 하나가 흘렀다. “야, 별똥별이다.” 하지만 아내는 별똥별을 보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결국 별똥별을 찾지 못했다. 더 기다려 보자고 하자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보았으니 본거나 다름없어.” 무심코 아내는 그 말을 했겠으나 별똥별이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듯 시리고 아프고 저려왔다.
젊은 날 나는 시를 쓰네, 교육운동을 합네, 들꽃탐사를 가네, 하면서 동인 모임이니 토론회니 집회니 회의니 하면서 집을 비우고 퍽이나 돌아다녔다. 더러는 해외까지 나다녔다. 그동안에 아이들은 다 커서 대처로 떠났다. 가끔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만류하거나 반대할 때면 아내는 “자기는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았으면서….”라고 말끝을 흐릴 때가 있다. 시골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아내를 데리고 지리산 아래 조그만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온 것도 그렇다. 그랬다. 돌아보면 아내를 볼모로 난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살아왔다. 아내는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유보하거나 포기하며 내 공백을 메운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별똥별을 본 것이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혹은 내가 들꽃을 보고 오면 자기가 본 것처럼 제 가슴속에 천국을 그리며 대리 만족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아궁이에 장작을 몰아넣고 군불을 땐다. 시골로 이사온 후로 겨울이면 나는 나무를 구해다가 구들을 달구고 잠을 잔다. 아내는 설설 끓도록 뜨거운 방바닥에 등을 지지는 것을 좋아한다. 불을 다 땔 무렵 숯이 몽그라지면 난 잦아든 잉걸불 속에 고구마를 넣어 구울 것이다. 아내는 군고구마를 좋아한다. 그 무엇보다도 내가 불을 때고 나서 구운 그 고구마를 좋아한다.
시를 쓴다 했으나 높은 이름 같은 것은 얻지도 못했고 승진은 일찌감치 포기하여 어떤 직함도 얻지 못했다. 이래저래 번 것보다 더 많이 썼는지 쌓아놓은 돈도 없다. 내가 '아내를 위하여' 해 줄 수 있는 것이 군불을 때는 것과 고구마를 구워주는 일 같은 것밖에 없다. 좀스럽다 해도 그렇다. 나는 오늘도 지난날 헛된 욕심과 내 허물을 불살라 군불을 때고 고구마를 구워 아내의 입가에 미소를 그려줄 것이다.
복효근 님|시인
-《행복한동행》201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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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감나무 아래서 서로의 등을 기대고 서서 하늘을 보았다. 그때 내가 바라보는 하늘 쪽에 길게 유성 하나가 흘렀다. “야, 별똥별이다.” 하지만 아내는 별똥별을 보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결국 별똥별을 찾지 못했다. 더 기다려 보자고 하자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보았으니 본거나 다름없어.” 무심코 아내는 그 말을 했겠으나 별똥별이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듯 시리고 아프고 저려왔다.
젊은 날 나는 시를 쓰네, 교육운동을 합네, 들꽃탐사를 가네, 하면서 동인 모임이니 토론회니 집회니 회의니 하면서 집을 비우고 퍽이나 돌아다녔다. 더러는 해외까지 나다녔다. 그동안에 아이들은 다 커서 대처로 떠났다. 가끔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만류하거나 반대할 때면 아내는 “자기는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았으면서….”라고 말끝을 흐릴 때가 있다. 시골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아내를 데리고 지리산 아래 조그만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온 것도 그렇다. 그랬다. 돌아보면 아내를 볼모로 난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살아왔다. 아내는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유보하거나 포기하며 내 공백을 메운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별똥별을 본 것이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혹은 내가 들꽃을 보고 오면 자기가 본 것처럼 제 가슴속에 천국을 그리며 대리 만족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아궁이에 장작을 몰아넣고 군불을 땐다. 시골로 이사온 후로 겨울이면 나는 나무를 구해다가 구들을 달구고 잠을 잔다. 아내는 설설 끓도록 뜨거운 방바닥에 등을 지지는 것을 좋아한다. 불을 다 땔 무렵 숯이 몽그라지면 난 잦아든 잉걸불 속에 고구마를 넣어 구울 것이다. 아내는 군고구마를 좋아한다. 그 무엇보다도 내가 불을 때고 나서 구운 그 고구마를 좋아한다.
시를 쓴다 했으나 높은 이름 같은 것은 얻지도 못했고 승진은 일찌감치 포기하여 어떤 직함도 얻지 못했다. 이래저래 번 것보다 더 많이 썼는지 쌓아놓은 돈도 없다. 내가 '아내를 위하여' 해 줄 수 있는 것이 군불을 때는 것과 고구마를 구워주는 일 같은 것밖에 없다. 좀스럽다 해도 그렇다. 나는 오늘도 지난날 헛된 욕심과 내 허물을 불살라 군불을 때고 고구마를 구워 아내의 입가에 미소를 그려줄 것이다.
복효근 님|시인
-《행복한동행》201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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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감나무 아래서 서로의 등을 기대고 서서 하늘을 보았다. 그때 내가 바라보는 하늘 쪽에 길게 유성 하나가 흘렀다. “야, 별똥별이다.” 하지만 아내는 별똥별을 보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결국 별똥별을 찾지 못했다. 더 기다려 보자고 하자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보았으니 본거나 다름없어.” 무심코 아내는 그 말을 했겠으나 별똥별이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듯 시리고 아프고 저려왔다.
젊은 날 나는 시를 쓰네, 교육운동을 합네, 들꽃탐사를 가네, 하면서 동인 모임이니 토론회니 집회니 회의니 하면서 집을 비우고 퍽이나 돌아다녔다. 더러는 해외까지 나다녔다. 그동안에 아이들은 다 커서 대처로 떠났다. 가끔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만류하거나 반대할 때면 아내는 “자기는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았으면서….”라고 말끝을 흐릴 때가 있다. 시골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아내를 데리고 지리산 아래 조그만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온 것도 그렇다. 그랬다. 돌아보면 아내를 볼모로 난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살아왔다. 아내는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유보하거나 포기하며 내 공백을 메운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별똥별을 본 것이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혹은 내가 들꽃을 보고 오면 자기가 본 것처럼 제 가슴속에 천국을 그리며 대리 만족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아궁이에 장작을 몰아넣고 군불을 땐다. 시골로 이사온 후로 겨울이면 나는 나무를 구해다가 구들을 달구고 잠을 잔다. 아내는 설설 끓도록 뜨거운 방바닥에 등을 지지는 것을 좋아한다. 불을 다 땔 무렵 숯이 몽그라지면 난 잦아든 잉걸불 속에 고구마를 넣어 구울 것이다. 아내는 군고구마를 좋아한다. 그 무엇보다도 내가 불을 때고 나서 구운 그 고구마를 좋아한다.
시를 쓴다 했으나 높은 이름 같은 것은 얻지도 못했고 승진은 일찌감치 포기하여 어떤 직함도 얻지 못했다. 이래저래 번 것보다 더 많이 썼는지 쌓아놓은 돈도 없다. 내가 '아내를 위하여' 해 줄 수 있는 것이 군불을 때는 것과 고구마를 구워주는 일 같은 것밖에 없다. 좀스럽다 해도 그렇다. 나는 오늘도 지난날 헛된 욕심과 내 허물을 불살라 군불을 때고 고구마를 구워 아내의 입가에 미소를 그려줄 것이다.
복효근 님|시인
-《행복한동행》201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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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감나무 아래서 서로의 등을 기대고 서서 하늘을 보았다. 그때 내가 바라보는 하늘 쪽에 길게 유성 하나가 흘렀다. “야, 별똥별이다.” 하지만 아내는 별똥별을 보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결국 별똥별을 찾지 못했다. 더 기다려 보자고 하자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보았으니 본거나 다름없어.” 무심코 아내는 그 말을 했겠으나 별똥별이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듯 시리고 아프고 저려왔다.
젊은 날 나는 시를 쓰네, 교육운동을 합네, 들꽃탐사를 가네, 하면서 동인 모임이니 토론회니 집회니 회의니 하면서 집을 비우고 퍽이나 돌아다녔다. 더러는 해외까지 나다녔다. 그동안에 아이들은 다 커서 대처로 떠났다. 가끔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만류하거나 반대할 때면 아내는 “자기는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았으면서….”라고 말끝을 흐릴 때가 있다. 시골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아내를 데리고 지리산 아래 조그만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온 것도 그렇다. 그랬다. 돌아보면 아내를 볼모로 난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살아왔다. 아내는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유보하거나 포기하며 내 공백을 메운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별똥별을 본 것이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혹은 내가 들꽃을 보고 오면 자기가 본 것처럼 제 가슴속에 천국을 그리며 대리 만족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아궁이에 장작을 몰아넣고 군불을 땐다. 시골로 이사온 후로 겨울이면 나는 나무를 구해다가 구들을 달구고 잠을 잔다. 아내는 설설 끓도록 뜨거운 방바닥에 등을 지지는 것을 좋아한다. 불을 다 땔 무렵 숯이 몽그라지면 난 잦아든 잉걸불 속에 고구마를 넣어 구울 것이다. 아내는 군고구마를 좋아한다. 그 무엇보다도 내가 불을 때고 나서 구운 그 고구마를 좋아한다.
시를 쓴다 했으나 높은 이름 같은 것은 얻지도 못했고 승진은 일찌감치 포기하여 어떤 직함도 얻지 못했다. 이래저래 번 것보다 더 많이 썼는지 쌓아놓은 돈도 없다. 내가 '아내를 위하여' 해 줄 수 있는 것이 군불을 때는 것과 고구마를 구워주는 일 같은 것밖에 없다. 좀스럽다 해도 그렇다. 나는 오늘도 지난날 헛된 욕심과 내 허물을 불살라 군불을 때고 고구마를 구워 아내의 입가에 미소를 그려줄 것이다.
복효근 님|시인
-《행복한동행》201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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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감나무 아래서 서로의 등을 기대고 서서 하늘을 보았다. 그때 내가 바라보는 하늘 쪽에 길게 유성 하나가 흘렀다. “야, 별똥별이다.” 하지만 아내는 별똥별을 보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결국 별똥별을 찾지 못했다. 더 기다려 보자고 하자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보았으니 본거나 다름없어.” 무심코 아내는 그 말을 했겠으나 별똥별이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듯 시리고 아프고 저려왔다.
젊은 날 나는 시를 쓰네, 교육운동을 합네, 들꽃탐사를 가네, 하면서 동인 모임이니 토론회니 집회니 회의니 하면서 집을 비우고 퍽이나 돌아다녔다. 더러는 해외까지 나다녔다. 그동안에 아이들은 다 커서 대처로 떠났다. 가끔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만류하거나 반대할 때면 아내는 “자기는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았으면서….”라고 말끝을 흐릴 때가 있다. 시골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아내를 데리고 지리산 아래 조그만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온 것도 그렇다. 그랬다. 돌아보면 아내를 볼모로 난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살아왔다. 아내는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유보하거나 포기하며 내 공백을 메운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별똥별을 본 것이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혹은 내가 들꽃을 보고 오면 자기가 본 것처럼 제 가슴속에 천국을 그리며 대리 만족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아궁이에 장작을 몰아넣고 군불을 땐다. 시골로 이사온 후로 겨울이면 나는 나무를 구해다가 구들을 달구고 잠을 잔다. 아내는 설설 끓도록 뜨거운 방바닥에 등을 지지는 것을 좋아한다. 불을 다 땔 무렵 숯이 몽그라지면 난 잦아든 잉걸불 속에 고구마를 넣어 구울 것이다. 아내는 군고구마를 좋아한다. 그 무엇보다도 내가 불을 때고 나서 구운 그 고구마를 좋아한다.
시를 쓴다 했으나 높은 이름 같은 것은 얻지도 못했고 승진은 일찌감치 포기하여 어떤 직함도 얻지 못했다. 이래저래 번 것보다 더 많이 썼는지 쌓아놓은 돈도 없다. 내가 '아내를 위하여' 해 줄 수 있는 것이 군불을 때는 것과 고구마를 구워주는 일 같은 것밖에 없다. 좀스럽다 해도 그렇다. 나는 오늘도 지난날 헛된 욕심과 내 허물을 불살라 군불을 때고 고구마를 구워 아내의 입가에 미소를 그려줄 것이다.
복효근 님|시인
-《행복한동행》2011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