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식구들과 중국 여행을 갔을 때입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 엄마와 전 화장실을 찾아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지요. 따로 안내데스크가 없는 것 같아 젊은 점원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Excuse me, where is the restroom?” 그런데 점원은 눈만 깜빡거리며 절 바라보더군요. 아무래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천천히 한 단어씩 말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내 발음이 영 이상한가?' 직접 찾아봐야지 생각하며 돌아서는 순간 옆에 계시던 엄마가 큰 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떠블유씨~” 그러자 그 점원이 환히 웃더니 따라오란 손짓을 하더군요. 점원을 따라 모퉁이를 돌자 화장실이 보였습니다. 황당한 표정의 절 뒤로하고 엄마는 “땡큐~”를 외치며 화장실로 쏙 들어가셨죠. 생각해 보니 화장실을 찾는데 W.C 만큼 명쾌한 질문이 따로 없더군요. 수십 년간 다져진 엄마의 '생활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딱 한 마디가 어려운 적이 많습니다. '미안해'로 끝날 이야기를 “내가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 상황이 좀 그래서 말이지. 어쩌고저쩌고…” '잘했어'라고 말하면 서로 기분 좋을 텐데 “뭐 좀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나쁘진 않네.”라며 찜찜함을 남기지요.
쑥스러워서, 자존심이 상해서 딱 한 마디로 끝내지 못하고 빙빙 돌렸던 그 말, 오늘은 상대가 한 입에 꿀꺽 삼킬 수 있게 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