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 새벽, 화천 평화의 댐에서 배를 타고 물어 물어 "비수구미"란 호수변 마을에 산다는 장윤일씨를 찾아가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엊그제 신문에서 그가 암에 좋다는 상황버섯을 캤다는 기사를 보고 무작정 나선 길이었다. 구할 수 있을까? 그 비싼 걸 돈 없이. "신문 보고 왔습니다. 상황버섯 좀 얻으려고..." 물안개 속에 어리둥절해 있는 그에게 덥석 큰절부터 했다.
"아버지가 위암입니다. 병 고치느라 집 팔고 차도 팔아 빈털털이입니다. 지금도 친구분 병원에 거저 누워 계십니다. 가진 건 이것뿐입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상황버섯. 스스로도 턱없는 짓이라 여기며 회사 홍보용 기념품을 내밀었다.
"배짱 참 좋수. 십원 한 푼 안 가지고 오셨네."
그는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먼 길을 밤새 왔는데 역시 허사인가. 곁에 앉은 아주머니도 말이 없었다. 그래도 매달려야지 생각하는 순간. 장씨가 아들을 불렀다.
"조금 남은 것 있지? 죄 가져 오너라."
한쪽은 까맣고 한쪽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자연산 상황버섯 2백g. 너무기쁜 나머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돌아섰다. 등 뒤에서 그가 아들에게 "저런 사람 빈 손으로 보내면평생 가슴에 비수꽂고 산다"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보름만에 돌아가셨다. 그래도 버섯 덕인지. 큰고통은 없이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