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 냄새가 풍기는 그곳에는 매일 빨래 바구니를 이고 시냇가로 가던, 나의 소박한 모습이 간직되어 있다. 그곳은 바로 시골 할머니 댁이다. 내 또래의 도시 아이들은 아마 냇가에서 빨래하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이 맛벌이를 하신 탓에 나는 어린 시절의 몇 년 동안을 할머니 댁에서 보냈다. 빨래한답시고 흰 빨래를 바구니 가득 가져 가서는 구정물만 잔뜩 들여오던 내 고사리 같은 손에 얼마의 돈을 쥐어 주며 웃으시던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모든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지만 할머니의 호된 꾸지람과 사랑이 깃든, 종아리에 착착 감기던 싸리나무 회초리만은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짖궂은 장난을 잘 쳐서 회초리로 많이 맞았다. 부러져도 또 생기고, 숨겨 놔도 또 생기던 회초리! 할머니는 늘 따뜻하게 대해 주셨지만 잘못은 무섭게 꾸짖으셨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의 손에는 예외없이 싸리나무 회초리가 들려져 있었다. 그 무섭고 싫던 싸리나무 회초리가 내 가느다란 종아리를 가차없이 내리칠때면 눈물이 찔끔 나오고 "할머니 미워!" 하는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러기를 몇차례, 내 머리속에 한가지 기막힌 꾀가 생각났다. '숨겨 놓으면 될거야. 할머니가 항상 다락에 두었으니까. 그걸 몰래 숨기면 돼.' 이런 생각을 해낸 내가 어찌나 대견스러웠던지. 그때의 기쁨을 크기로 나타낸다면 아마 백두산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할머니에게 또 회초리로 맞고 말았다. '회초리는 분명 다 없애 버렸는데.....' 나는 할머니가밖에 나가신 위 울면서 다락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싸리나무 회초리가 얇고 미끈한 곡선미를 뽐내기라도 하듯 그 자리에 떡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한 개가 아닌 여러개가 놓여져 있었다. 나는 하도 이상하고 또 신기해거 할머니께 뛰어가 큰소리로 투정하듯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