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용어사전
<차>
● 참여 소설
문학이 사회의 개혁이나 변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하에 씌어지는 소설들을 일컫는 명칭이다. 이 말은 사르트르가 "문학은 그 스스로를 사회적 현실이나 상황, 역사에 구속시킨다"고 말한 후부터, 사회 변화에 대한 문학의 현실적 용도를 중시하고, 문학의 사회 비판적이고 실천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문학 형태를 일컫는 용어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에서 참여 문학이라는 말이 널리 유행하게 된 것은 60년대 말경부터 시작되어 70년대를 풍미했던 이른바 순수-참여 논쟁에 의해서였다. 당시의 참여 문학은 정치적이고 사회 변혁적인 성격보다는 대체로 문화적이고 휴머니즘적인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그 대표적 작품이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이다. 이보다 더 앞서서는 1920년대 카프(KAPF)가 참여 문학을 실천했던 예이다.
● 추리 소설
좁게는 탐정 소설과 동의의로 쓰이지만, 좀더 넓은 의미로는 ①신비스럽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②의혹의 중층적인 구축이라는 기법을 플롯상에 주로 이용하며, ③범죄를 중심으로 한 갈등 구조를 지닌 소설들을 가리킨다. 탐정 소설이 일정한 형식으로 굳어져 오락 문학의 성격을 지니는 데 비하여 추리 소설은 본격 문학의 영역에 속하는 작품들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유재용의 '성역' 등은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카>
● 카메라의 눈
카메라의 렌즈가 피사체를 포착하듯 주관이 극도로 배제된 냉정한 관찰자의 시각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러한 시각이 일관된 서술에서는 사건과 행동이 객관적으로 제시된다. 가능한 한 감상과 정서가 배제되고 표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억제된 문체의 형태로 나타나며, 비정한 행동 묘사를 특색으로 한다. 그러므로 육안 또는 카메라의 렌즈에 잡히는 사실의 객관적 기술만을 추구할 뿐 내면 심리의 묘사나 감정의 표현 등은 철저하게 거부한다.
● 콜라주 기법(collage)
미술에 있어서 피카소나 브라크가, 그리고 나중에는 '초현실주의적 오브제'의 창조자들이 이미 실천에 옮긴 바 있는 기법으로, 신문 스크랩, 극장의 포스터, 광고 메시지, 상업 출납부, 동상의 좌대에 새긴 문안 따위를 작품 속에 그대로 옮겨 놓는 기법을 말한다. 전통적인 기법으로는 최인훈의 '라울전'의 첫머리에서 랍비 사울에게로부터 온 편지나 최인호의 '무서운 복수'의 마지막 결말부에서 주인공에게 배달되는 편지가 그대로 옮겨져 있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은 독자에게 하나의 충격을 전달함으로써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장정일의 '인터뷰'나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중의 한 편인 '기계 도시' 등에 이러한 기법이 들어 있다.
● 콩트(conte)
콩트는 단편 소설보다 더 짧은, 대개 200자 원고지 20매 내외의 분량으로 된 소설의 일종이다. 사실적이기보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바탕으로 하여 재치와 기지를 주된 기법으로 한다. 장편(掌篇) 혹은 엽편(葉篇) 등으로도 불리는 이 콩트는 부담 없이 읽힐 수 있는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며, 예상을 뒤엎는 경이로운 결말을 특징으로 한다.
<타>
● 탐색담(探索談)
서구의 로망스에 주로 적용되는 개념으로, 모험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며 연속적이고 과정적인 형식을 취하는 플롯을 말한다. N. 프라이는 로망스에 문학적인 형식을 부여하는 요소, 즉 모험들의 연속을 '탐색(quest)'이라 규정하였다. 그러므로 로망스의 완벽한 형식은 탐색이 성공적으로 분명하게 끝마쳐지는 형식, 곧 탐색담이며, 이는 중요한 세 개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아곤(agon)은 위험한 여행과 준비 단계의 모험으로 갈등의 국면이며, 파토스(pathos)는 주인공이든 적이든 어느 한쪽 혹은 양쪽이 죽지 않으면 안 되는 싸움, 즉 생명을 건 필사의 투쟁 국면을 가리킨다. 아나그노리시스(anagonorisis)는 주인공이 영웅임이 판명됨과 동시에 그의 개선을 지시하는 개념이다.
● 탐정 소설(探偵小說)
탐정 소설은 전형적인 오락 소설의 한 가지 유형으로, 하나의 미스터리를 만들어 내고 기지와 용기를 갖춘 탐정으로 하여금 제기된 의혹을 풀어나가게 하는 데 서술의 초점이 맞추어진다.
● 통속 소설(通俗小說)
통속 소설은 본격 소설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관능과 감각적 가치에 탐닉하고자 하는 불건전한 성향을 나타내는 소설을 총칭한다. 그러나 본격 소설과의 엄격한 구분은 없으며 대체로 비평가들에 의하여 판명된다. 대개 작가의 관점과 기법이 진부한 것일 때, 즉 작가가 세계의 허위를 꿰뚫어 볼 안목을 가지지 못하고 상투적인 언어와 기법에 머물러 있을 때 통속 소설로 규정된다.
<파>
● 파노라마적 기법(panorama)
대단히 넓은 물리적 배경이나 시간적으로 장시간에 걸친 사건들을 단일한 구절로 선택하고 압축하여 요약하는 서술 기법의 하나로, 제한되고 축소된 시간과 공간상의 특정한 행위를 묘사하는 극적 기법과 대조된다. 극적 기법이 단편 소설이나 추리 소설, 의식의 흐름 수법을 보이는 소설 들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면, 파노라마적 기법은 장편 소설, 가족사 소설, 역사 소설 들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기법이다.
● 패러디(parody)
일반적으로 패러디란, 한 작가의 스타일이나 습관을 흉내내어 원작을 우스꽝스럽게 개작했거나 변형시킨 작품을 가리킨다. 본질적으로 패러디는 풍자와 위트,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으며, 또 이런 기법들 속에는 전대 혹은 당대의 지배적인 신념 체계 속에 내포된 억압적 특성이나 허위 의식을 폭로하려는 예술가의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우리의 현대 소설 중에서 이 수법을 보여 주는 대표작으로는 최인훈의 '구운몽', '서유기',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대한 최인훈의 동명(同名) 소설,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에 대한 전진우의 '서울, 1986 여름' 등이 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특히 포스트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들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 패턴(pattern)
일정한 사건이나 행동, 모티프, 심리적 독백 등과 같은 소설적 요소들이 한 작품의 내부에서 '연속'되거나 '반복'될 때 그 반복되는 요소 혹은 반복적 기교 그 자체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때의 반복은 단순한 기계적 나열이 아니라 결정적인 하나의 계기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연쇄적이며 상승적인 반복, 즉 '의미 있는' 반복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좀더 넓게 이 용어의 개념을 확장하면, 그 자체로는 서로 다른 사건과 소설적 요소라 할지라도 플롯상의 기능이 동일할 때에는 '패턴'으로 간주된다.
● 페이소스(pathos)
사전적 어의로는 동정과 연민의 감정, 또는 애상감(哀傷感), 비애감의 뜻을 가지는 그리스어 파토스(pathos)에서 왔다. 파토스(pathos)가 특정한 시대.지역.집단을 지배하는 이념적 원칙이나 도덕적 규범을 지칭하는 에토스(ethos)와 대립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볼 때 이 말이 가지는 내포는 좀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하겠다. 그러나 '정서적인 호소력'이라고 규정할 때 이 말이 지니는 예술적.문화적 현상과의 관련성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진다. 어떤 문학 작품이나 문학적 표현에 대해 독자가 '페이소스가 있다', '페이소스가 강렬하다'라고 반응하는 것은 그 문학 작품이나 문학적 표현이 '정서적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경우이다. 다만, 파토스 또는 페이소스를 유발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는 한두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 표상(emblem)
성격 창조(characterization)를 위해 사용되는 특수한 장치이다. 예컨대 표상은 그 인물에 속하는 물건, 옷 입고 말하는 방법, 이름, 표정, 인물이 살고 있는 장소 등등 인물의 신원과 자질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성격 묘사의 일종이다.
"늙은 주제에 암샘을 내는 셈야. 저놈의 짐승이."
아이의 웃음 소리에 허생원은 주춤하면서 기어코 견딜 수 없어 채찍을 들더니 아이를 쫓았다.
"쫓으려거든 쫓아 보지. 왼손잡이가 사람을 때려."
줄달음에 달아나는 각다귀에는 당하는 재주가 없었다. 왼손잡이는 아이 하나도 후릴 수 없다….
…(중략)…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 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했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어둑서니 같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위에 인용한 글은 인물들의 신원을 확인시키는 표상이 잘 나타난 사례이다. 장돌뱅이이면서 왼손잡이인 허생원은 삶의 중심에서 떠밀리거나 겉도는 인물이다. 왼손잡이라는 이유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까지도 수모를 겪는 인물로 부각된다. 또 한편으로 같은 왼손잡이인 동이와의 연대감은 이들 두 인물이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일지도 모른다는 독자들의 추측을 강하게 유발시켜 주기도 한다. 말하자면, 이 소설의 '왼손잡이 표상'은 두 인물들의 신원상의 유대성을 확인시켜 주는 상징적인 장치인 셈이다. 그리고 이범선의 '오발탄'에 나오는 "가자!"라든지 윤흥길의 '장마'에서 보이는 "나사 암시랑토 않다."고 중얼거리는 외할머니의 독백도 일종의 '언어 표상'이다. 이러한 표상들은 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면서 소설의 특출한 분위기를 만들러 내기도 하고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 풍자(諷刺, satire)
풍자는 특히 사회가 이원적 구조를 이루고 있을 때 하부 구조가 상부 구조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구(舊)사회의 도덕이나 조직이 권위를 잃지 않고 잔존할 때 신(新)사회의 도덕이나 조직이 거세게 반발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풍자가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해학과 유사하지만, 익살이 아닌 웃음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풍자는 또한 열등한 도덕적, 지적 대상이나 상태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기지와 유머, 아이러니 등과도 다르다. 풍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교정과 개량을 위해서 대상을 비판하고 공격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이 대표적인 경우이고 조지 오웰의 '1984년'도 이에 해당된다.
● 프로파간다 소설(propaganda novel)
직역하면 선동(煽動) 소설이 되는데, 이는 문학의 현실적 효용성을 극도로 강조하는 소설 유형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대체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이론에 기초한 소설들이 이 부류에 속하게 되는데, 이 소설의 특징은 무엇보다 먼저 문학의 자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로파간다 소설은 한 사회 계급, 한 유형의 삶, 혹은 특정한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에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를 명백하게 강요하는 성명서와 같아서 정치나 종교, 사상 등의 선전물로 전락하기 쉬우며 문학의 심미적 기능은 외면되거나 무시된다.
● 플롯(plot)
흔히 구성 또는 얽어짜기로 번역되는데, 소설 작품에서의 '사건의 틀'로 사건이 짜여져서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일컫는다. 스토리는 이야기 줄거리 자체로서 사건의 전개만을 의미하지만 플롯은 사건이 전개되거나 반전되는 양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한 줄거리는 아니며 오히려 인과 관계의 완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플롯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다섯 단계를 지니며, 현대 소설에 오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분류법은 실제로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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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 엔딩(happy ending)
서사 문학에서 우여 곡절과 반전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행복하게 끝맺음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전근대적인 서사 양식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현대 소설에서는 통속 소설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해피 엔딩은 사필귀정(事必歸正), 권선징악(勸善懲惡)의 효과를 기대하는 작가의 의도된 결말 처리 방식이다.
● 핵(核) 사건
소설에서 이야기의 주요한 흐름을 이끌어 가는 서사적 계기들을 일컫는다. 핵 사건들은 한두 가지 혹은 여러 가지의 가능한 방향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서사적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분기점으로서 서사적 구조 안의 마디나 관절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핵 사건을 보조하는 작은 부분들은 '주변 사건'이라 한다. 핵 사건은 소설의 진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소설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플롯상에 주요하게 일련의 인물들의 행동 양상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 형상화(形象化)
문학과 관련되어 사용될 때 이 용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넓은 의미로는 일정한 작가 의도의 전달이나 문학 목적의 수행을 위해 작가가 선택한 재료에 예술적 형태를 부여하는 모든 과정을 지칭한다. 좀더 좁은 의미로는 소설 내의 요소들이 획득하는 구체적이고 실감 있는 표현, 특히 그것들이 묘사나 대화 등의 극적 기법을 통해 제시되는 것을 지칭한다. 어떤 의미로 사용되든 이 용어는 작품 외적 요소들이 작품 내에 표현되어 있다는, 즉 소설 내에 실현된 서술은 그것이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관념이든 인물이나 배경과 같은 사물적 요소가 되든 어떤 세계의 반영이라는 모방론적 문학관에서 발생한 것이다.
● 화자(話者)
모든 이야기 문학에는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화자는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소설 속에서 화자는 이야기의 양상과 이야기의 본질이 결정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화자의 위치에 따라서 시점이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시점은 가장 핵심이 되는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나뉘어진다. 화자가 '나'인 경우는 1인칭 시점으로 화자가 '그', '그녀'인 경우는 3인칭 시점으로, 특별한 화자를 지정하지 않고 작가가 작품의 바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엔 전지적 시점이 된다. 화자는 '목소리'라고 불리기도 하며, 현대 소설에서는 화자의 뒤쪽에 진짜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숨어 있다고 보고 그것을 '내포된 작가'로 분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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