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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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주의 소설
자연주의 소설이 형성된 배경으로는 흔히 세 가지의 사실이 거론된다. 첫째로는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이 지녔던 현실 묘사의 정신이 자연주의 소설에 와서는 더욱 구체화되고 심화되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모든 생물의 발생과 변화를 과학적 체계 안에서 설명하려고 한 다윈의 진화론적 인식 방법이 인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해부하고자 하는 자연주의적 성찰의 근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로 콩트를 비롯한 실증주의 철학자들의 결정론적 인간관, 즉 인간은 자신의 의식과 행동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조건들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는 생각은 인간을 환경의 피조물로서 제시하려는 자연주의 소설의 동기를 이룬다. 문학사에서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은 일반적으로 콩쿠르 형제의 '제르미니 라세르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주의 소설은 과학적 객관성을 그 특성으로 해부적 기법과 세밀한 묘사를 보여 준다. 그리하여 실험성이 강한 작품을 주로 산출하는데,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 자유 연상
소설에서 '의식의 흐름'이 나타나는 방식 가운데 하나로, '내적 독백'과는 구별된다. 내적 독백이 침묵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등장 인물의 직접적인 언술의 형태를 지닌다면, 자유 연상은 감각적인 인상을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언술적 형태를 지니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유 연상은 타인이나 자신을 포함한 어떤 대상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감각 기관을 통해 지각된 인상을 언어화한 것이다. 요컨대, 이것은 직접적인 인상이긴 하지만 작중 인물의 내면에서 언술적 형태로 발화되지 않는 감각의 인상을 기록한 것일 뿐이다. 자유 연상을 뚜렷한 창작 기법으로 활용한 예로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건의 잠깸', '율리시스',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 등을 들 수 있다.
● 자전적 소설
자전적 소설은 허구적 서사물이라는 점에서 '전기'나 '자서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허구'의 실제 성격은 작가 개인의 구체적 경험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작가는 작품의 예술적 목적을 강조하기 위하여 자신의 개인적 경험의 어느 부분을 생략하거나 집중적으로 강조하며, 혹은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들을 조작해 내기도 한다.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자전적 소설은 방대한 양의 내용을 수록하고, 다소 느슨하고 개방된 플롯을 통해 한 인물을 둘러싼 물리적 사회적 환경, 일상사 및 미세한 의식들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다소 장황하게 제시한다. 이광수의 '나/소년편', 박태순의 '형성',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등은 그 대표적 작품이다.
● 장면과 요약
장면은 서사물에서 이야기의 시간과 서술의 시간이 동일한 지속성을 갖는 경우를 말하며, 요약은 이야기의 시간이 서술의 시간보다 긴 경우를 가리킨다. 장면의 일반적인 구성 요소들은 대개 대화나 비교적 짧은 지속성을 갖는 뚜렷한 물리적 행위들이다. 장면은 이야기 전개의 극적 기법을 대표하는 것으로, 화자의 의견이나 논평 등이 개입되지 않은 채 사건이나 행위의 전개 과정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반면, 요약은 등장 인물의 과거나 이야기의 배경을 독자들에게 일괄해서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등 이야기 속에서 긴 시간적 지속성을 갖는 사건이나 행위들을 간략하게 언급할 때 사용되며 화자의 개입을 강하게 드러낸다.
● 재현(representation)
'다시 제시한다.'라는 의미의 재현이라는 용어는 서양에 있어서 문학 이론의 탄생과 함께 등장했다. 문학이 가시적이며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어떤 것을 재현한다는 생각은 고대 철학자들의 문학 이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플라톤은 문학 작품에 재현되는 것이 이데아의 가상(假像)이라고 보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보편적 원리라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은 보통 '모방'이라고 번역되는 '미메시스((mimesis)'이다. (→참고 : '미메시스'항)
● 전기(傳奇) 소설
근대적인 의미의 소설이 수립되기 이전, 중국 및 우리 나라의 산문 문학에서 널리 유행되었던 서사 장르의 하나로, 전기(傳奇)라는 말은 '기이한 것을 기록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전기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들에는 현실적으로 믿기 어려운 괴기하고 신기한 내용들이 중점적으로 표현되며, 현실적 인간 세계를 벗어나 천상과 명부(冥府), 용궁 등에서 전개되는 사건들,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인간이나 자연물 등이 그 내용의 중심을 이룬다. 고대의 서사물에 있어 전기적 요소란 서사물을 형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였으며, 원시적 서사 형태인 신화, 민담, 전설 등에는 전기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 전쟁 소설
전쟁의 상황과 체험을 집중적으로 재현하며 전쟁이 초래한 참혹한 삶의 정황, 그 비인간적이면서도 야만스런 살상의 현장을 이야기의 주된 배경으로 삼는 소설 일반을 지칭한다. 전쟁의 상황이란 인간의 이기적이며 야수적인 공격 심리가 적나라하게 폭로되는 현장이면서, 이와는 상반되는 인간적 성향, 즉 용기, 인간애, 자기 희생의 정신이 숭고하게 발현되기도 하는 흥미있는 현장이라는 사실 때문에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곧 서사 문학이 선호하는 제재가 되어 왔다. 호머의 고대 서사물인 '일리아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노먼 메일러의 '나자(裸者)와 사자(死者)'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 전형성(type, typicality)
특정한 역사적 단계에 처해 있는 어떤 특정한 사회의 성격과 내부적 모순을 잘 드러내 보여 주는 대표적인 성질들 혹은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는 요소들이 소설 속에 잘 반영된 경우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주로 인물이라는 요소에 관련된 개념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인물뿐만 아니라 사건 배경, 행위 배경 등의 넓은 의미를 포함한다. 곧, 전형화란 것은 객관적 진리를 목표로 하는 예술적 일반화의 독특한 방식으로서 개인적인 것 속에 있는 사회적인 것을, 특수한 것 속에 보편적인 것을, 우연적인 것 속에 있는 합법적인 것을, 여러 현상들 속에 있는 본질적인 것을 발견해 내고 끄집어내어 예술적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 전후 소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삶의 상황과 문제들을 다룬 소설을 지칭한다.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불안과 허무, 기존의 모랄에 대한 반항 등이 흔히 취급되는 제재들이다. 한국 문학에 있어서 전후 소설은 6.25 전쟁 이후 나타나게 된다. 한국의 전후 소설은 전후의 상황에서 비롯된 허무주의와 실존적 불안감을 근거로 하여 출발한다. 즉, 기존의 전통적 모랄에 대한 부정 의식과 극도의 불안과 허무주의가 나타난다. 여기에 서구의 '분노한 젊은이(Angry young man)'나 '비트 세대(Beat Generation)', 실존주의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용학의 '요한 시집', '비인 탄생', 손창섭의 '비 오는 날', 서기원의 '이 성숙한 밤의 포옹', '암사 지도', 이범선의 '오발탄' 등은 그 대표적 양상들이다.
● 절정(climax)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비롯된 전통적 플롯 개념으로, 한 편의 서사물을 설명할 때 플롯이 전개되는 단계의 하나이다. 플롯이 전개되는 단계는 보는 사람에 따라 3, 4, 5단계로 나뉘어지지만 어떤 방식을 택하든 그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갈등과 절정이다. 일반적으로 절정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을 의미한다. 그것은 그 앞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혀 온 갈등이 첨예하게 충돌하여 이떤 상태로든 깨어져 버리거나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으로, 그 이후로는 플롯이 해결의 단계로 전개되는 순간이다.
● 주인공(hero, heroin)
이야기 문학에서 사건을 주도하는 자질을 가리키며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공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히어로'와 '히로인'은 그 말들의 내포가 가지는 '영웅성'이 지시하듯이 대개는 뛰어난 능력이나 위대한 운명의 소유자들이었던 고대 서사물의 주역들을 분별하기 위해 창안된 용어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 용어가 사용되는데 있어서 도덕적 평가는 반영되지 않는다. 부연하자면 모든 '히어로'나 '히로인'이 선량하거나 도덕적으로 정당한 인물은 아니며, 예컨대 악덕한 남자나 사악한 여자도 서사물의 중심 인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용어는 선악의 개념이나 인물의 역할의 크기와 무관하게 주인물(main character)을 뜻하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 중편 소설
대체로 단편 소설보다는 길고, 장편 소설보다는 짧은 소설을 일컫는다. 중편 소설은 단편 소설에 비해서 단일화의 효과와 긴박한 구성, 그리고 경이로운 결말 처리 방식에 덜 의존하며 장편 소설에 견준다면 사건과 인물들의 양상이 상대적으로 압축되어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윤흥길의 '장마', 최창학의 '창', 이청준의 '이어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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