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제15교시 숨통을 틔워 주는 편지글
- 기사문, 일기문, 편지글엔 진실이 담겨야 한다.
3. 과거를 아름답게 하는 기록 사진첩 - 일기문
모 월 모 일
아침밥 먹고 책가방 짊어지고 버스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청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학원 가서 공부하고, 학원 차를 타고 집에 와서 저녁밥 먹고 숙제하고 잤다.
모 월 모 일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음
친구들 중에는 이처럼 날마다 거듭되는 일상의 일들을 일기에다 적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일기라면 굳이 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일기는 하루중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이나 사색을 통해 깨달은 것, 또 어떤 일에 대한 감상이나 오랬동안 기억하고 싶은 일들, 그 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각오를 새로이 다지는 등 자신의 생활을 기록한 것이다. 일기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 간직하기 위해 쓰는 글이며, 자기 인생길을 운전해 가는 나침반으로 사용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그러므로 애써 잘못을 감추거나 꾸며 쓸 필요가 없다. 만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기를 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읽는 사람의 눈을 의식하게 되므로 거짓으로 가득 찬 일기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한 거짓 일기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슬픈 버릇을 들이게 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은 하루하루의 누적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한다. 그날 그날이 의미 있고 가치 있어야, 그 사람의 인생이 알차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굳건히 뻗어 나갈 수 있다. 말하자면 일기는 그러한 성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글이다. 일기를 쓰다 보면 먼저 인격이 수양된다. 그리고 애쓰지 않아도 문장력이 늘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사고력과 관찰력까지 깊어지고 날카로와진다. 결국 일기느 과거를 아름답게 기록하느 사진첩이며, 미래를 튼실하게 약속해 주는 훌륭한 보약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일기에도 쓰는 목적과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적는 독서 일기, 작품을 써 나가면서 적는 창작 일기, 심신을 가다듬기 위해 적는 수양일기, 학과 공부를 충실히 하기 위해 쓰는 학과 일기, 보이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사람에게 편지 형식으로 쓰는 편지 일기, 어떤 문제애 대하여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를 적는 관찰일기 등.
14일(신미) 맑음
새벽 2시쯤 꿈에 내가 말을 타고 언덕위를 가다가 말이 헛디디어, 내(개울) 가운데 떨어지긴 했으나 거꾸러지지는 않았는데, 아들 면이 엎디어 나를 안는 것 같은 형상을 보고 꺠었다. 무슨 조짐인지 모르겠다. 저녁에 어떤 사람이 천안서 와서 집안 편지를 전하는데, 봉합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정신이 혼란해 졌다. 겉봉을 대강 뜯고 열(이순신의 둘째아들)의 글씨를 보니, 거죽에 '통곡' 두 자가 쓰여있어 면의 전사를 알고, 간담이 떨어져 목놓아 통곡하였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한지 못하신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일이 어디 있을 것이냐, 천지가 깜깜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남달리 영특하기로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는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떄문에 양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 살아 있은드르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 너를 따라 같이 죽어 지하에서 같이 울고 싶건마는 네 형, 네 누이, 네 어머니가 의지할 곳이 없으므로 아직은 참고 연명이야 한다마는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 있어 울부 짖을 따름이다. 하룻밤 지내기가 1년 같구나. 밤 9시께 비가 내렸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중에서
4. 삶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숨통 - 편지글
초등학교 시절, 나는 숫기가 없어서 누구에게든 의사 표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생님이 일어나서 책을 읽으라고 하시면 괜스레 눈물만 줄줄 흘렸다. 그럴때면 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후, 다른 아이에게 책 읽기를 시키곤 하셨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연필깎는 칼을 빌려달라는 말도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종이 쪽지에 그 말을 써서 건네주곤 했다. 아버지께 용돈을 탈때도 그랬다. 어떤 친구에게 사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도, 말로 하지 못하고 편지를 써서 건네 준 뒤 도망쳐 버렸다. 누님이 먼곳으로 시집을 갔을 때도, 밤새워 기나긴 편지를 써서 부치곤 했다. 우리들 하나하나를 점지해 준 삼신 할머니는 우리에게 말을 하는 혀와 글을 쓰는 붓을 한꺼번에 주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대개의 경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하고,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는 사람은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나는 내가 하는 말들을 믿지 못했다. 웬일인지 내가 뱉은 말은 자꾸만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했기 때문이다. 그 오해를 씻기 위해서 더 자세하게 지껄인 말은 더 큰 오해를 불러오고, 그것을 해명하기 위해 뱉아낸 말들은 나를 더욱 곤란한 지경으로 몰고 가곤 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밤새도록 편지를 써서 그 오해를 풀어 보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쓰는 편지는 늘 길었다. 친구, 어머니, 아버지, 형, 누님, 선생님, 같은 반 친구, 여자친구...... 그 어느 누구에게 편지를 쓰든지 공책 한두 장으로는 사연을 다 쓸 수가 없었다. 공책을 여덟 장 아홉 장 열 장쯤 뜯어서 씨알같은 글씨로 빽빽이 쓰곤 했다. 이렇듯 내 혀를 놀려 지껄인 말들을 불신하고, 밤에 불을 밝힌 채 꼼꼼이 쓴 글들을 신뢰했더니 나의 버릇이, 결국은 나를 이렇게 소설가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이때껏 내가 써 온 소설들도 '형식이 다른 편지글'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 내가 쓰는 모든 글들은 나의 생각과 입장과 처지와 나 나름대로의 깨들음을 세상에 드러내 주는 한 편 한 편의 편지글이다. 만약 내가 어릴때부터 편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가슴을 채우는 답답증 떄문에 진작에 빼빼 말라 죽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편지 쓰기를 권한다. 어머니, 아버지, 선생님, 같은반 친구, 멀리 떠나간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 보라. 아마도 속이 확 풀릴 것이다. 편지를 통해 사상과 사색과 정보를 전달하고,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사귐과 믿음을 더욱 튼실이 하고, 미래의 건실한 성장과 발전을 약속하는 것이다. 편지는 기쁨이나 슬픔, 울분 복수 등의 감정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정화제 이기 때문이다. 일기 쓰기가 자기의 삶에 튼튼한 기둥을 세우는 일이라면, 편지쓰기는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생활, 답답증이 나서 질식할 것 같은 이 세상에서 심호흡을 하며 느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5. 편지글은 어떻게 써야 하나
그렇다면 편지는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것일까? 편지는 편지를 쓰는 대상과 목적에 따라 일정한 격식을 지닌다. 그렇다고 형식에 얽매어 딱딱하게 쓰라는 말은 아니다. 말로 전할 것을 글로 대신 써 보내는 것이니 만큼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좋다. 편지에는 뭐니뭐니 해도 쓰는 사람의 정성과 진실이 드러나 있어야 한다. 진실하고 솔직하게 써야 하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지는 서두, 본문, 결말, 세 단계로 나누어 쓰는 것이 좋다.
(1) 서두
1) 호칭 : '어머니께'라든가 '에게' 등 받는 사람의 이름이나 호칭을 먼저 부른다.
2) 계절인사 :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6월입니다.'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군요' 등의 계절인사를 쓴다. 이 계절 인사는 격식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옛날식 편지에서는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겼지만, 자주 만나는 사람이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생략해도 좋다.
3) 문안 : '댁내 두루 평안하십니까?' '그동안 잘 있었니?' 따위의 안부를 묻는다.
4) 자기안부 : 상대편의 안부를 물은 다음에는 '저는 염려해 주시는 덕분에 무사히 잘 있습니다.' '나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단다.' 따위의 자기 안부를 전한다.
(2) 본문
1) 사연 : 편지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편지를 쓰게 된 사연을 밝힌다.
(3) 결말
1) 끝인사 : '내내 평안하시길 빕니다.' '잘 지내렴' 등의 끝인사를 한다.
2) 날짜 : 편지를 쓴 연월일을 밝힌다.
3) 서명 : 자기 이름을 쓴다. 이름 다음에는 받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올림, 드림, 씀' 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4) 추신 : 편지를 다 쓰고 난 후 빠뜨린 말이 있을 경우, '추신'이라 쓰고 용건을 이야기하면 된다.
이제 편지를 쓸 때 갖추어야 할 격식을 어느 정도는 알았으리라 믿는다. 자, 그러면 우리가 잘 아는 시인 김영랑이 자신의 아들 애노에게 띄운 편지 한 대목을 감상해 보자.
애노, 읽어라.
그 동안 객지에 고생이 어떠하냐? 몸이 성하냐? 어제, 네 편지를 읽고, 멀쩡한 일에 네가 어린 마음을 공연히 죄고 있는 것을 알았다. 기숙사 밥이 먹기 사납다고 어느 학부형이 편지질을 했더란 말이냐? 엄마 아빠는 절대로 그런 편지를 아니할 사람이니 걱정 말아라. 사(기숙사)밥이 설령 나쁘다더라도 참고 맛있게 먹을 도리를 해 보아라. 그것이 첫째 큰 수양이 되는 것이다. 요새 비가 너무 아니 와서 농촌에서는 큰 야단들이다. 집에 아이들도 잘 있다. 외숙 댁에나 일 주일에 한 번쯤 가 뵈어라. 이번 네 편지를 보고 엄마 아빠는 웃었다. '본제입납'의 납자를 잘못 썼더라. 이담부터는 고쳐 써라. 외삼촌은 외숙부님이라고 써 버릇해라. 하식이 삼촌은 숙부시고, 익환이 삼촌은 외숙이시다. 글을 조심해서 써라. 안쓰는 것과 잘못 쓰는 것과는 문제가 처음부터 다르다. 아버지가 요새 좀 바빠서 너한테 못간다. 그러나 너무 집생각만 하여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공부, 공부가 제일 아니냐! 그리고 병후의 몸이니 특히 몸조심 하여라. (......)
오늘은 이만 줄인다.
모월 모일
아비 씀
- 김영랑의 서간문 중에서
이번에는 선생님과의 추억이 잔잔하게 묻어나는 독자의 편지 한 편을 읽어 보자.
선생님.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뵌지도 벌써 4년이나 흘렀군요. 선생님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계실까요? 아마도 옛날 모습 그대로 훌륭한 스승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시겠지요. 비록 4년전의 일이지만 저는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다정하셨던 선생님의 눈빛을요. 거리를 가다가 자전거를 보면 언제나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조그만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남들보다 먼저 집까지 혼자 걸어 다녔던 저를, 하루는 선생님 께서 자전거로 집까지 바래다 주셨어요. 선생님의 허리를 꼭 붙들고 흔들리는 자전거 위에서 바라보는 저녁놀은 얼마나 아름다워 보였는지 모릅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워 우리들은 손이 시려 필기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는데, 선생님 께선 그 쾌활한 목소리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교실을 아주 따뜻하게 해 주셨죠,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서, 저는 어린 나이였지만 존경과 사랑을 느꼈습니다. 새 학년이 되기 전 선생님께서 전근 가시던 날, 저희들에게 하셨던 그 말씀, 제 마음에 아로 새겨져 항상 기억이 되는 그 아름다웠던 말씀 기억하고 계시나요?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도록 해라. 필요할 때면 용기와 그리움을 주는 사람 말이다." 그 말씀 한 마디, 어쩌면 선생님께서나 친구들 모두가 잊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 항상 선생님께서 해 주신 그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선생님께서 제게 주셨던 아름다운 모습을 닮아 가기 위해서죠. 만약 선생님을 다시 뵙는다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훌륭한 스승이셨고, 무엇보다도 제게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라구요. -제자 김레이 올림
생각해 봅시다.
1. 기사문은 신속성과 정확성이 생명이다. 독자가 기사의 내용을 한 눈에 알아챌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기사문은 어떠한 구성을 갖추어야 하는지 말해 보자.
2. 편지는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가장 좋지만, 편지를 쓰는 대상과 목적에 따라 일정한 격실을 지니게 된다. 대개 편지글은 대개, 서두, 본문, 결말, 세 단계로 나누어 지는데, 각각의 항목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좋을지 간략하게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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