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용어사전
● 가족사 소설
한 가족의 흥망 성쇠 내력을 다룬 소설을 말하며, 단순히 가족 구성원 간의 문제를 다룬 소설들과는 다르게 취급된다. 즉, 가족사 소설은 가족 내의 개인보다는 가족이라는 사회 집단의 움직임과 변화 양상을 중시하며, 여러 대(代)에 걸친 가족의 역사를 추적하기 때문에 연대기 소설의 형태를 띠게 된다. 서양에서 골즈워디의 '포사이트 가(家)의 기록', 토마스 만의 '부덴부르크 일가', 마르탱 뒤 가르의 '티보 가(家) 사람들' 등이 가족사 소설에 해당하며,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1930년대에 비로소 정착되었는데, 염상섭의 '삼대', 채만식의 '태평 천하', 김남천의 '대하'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최근에는 박경리의 '토지'가 이 계열의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가족사 소설의 장점은 가족의 역사를 통하여 시대적 변천과 역사의 변모 양상을 밝혀낸다는 점이며, 특히 대가족 제도를 유지해 왔던 시대에 알맞은 소설 양식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가족의 개념이 점차 와해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형식이기도 하다.
● 간접 제시(dramatic characterization)
소설 작품의 내용이 전달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작가의 시각과 판단을 통하여 제시하는 직접적인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의 개입을 없애고 '객관적으로', '극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간접 제시는 후자의 방법으로, 다른 말로는 '보여주기(showing) 기법', 또는 '장면적 수법(scenic method)', '극적 방법(dramatic method)'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는 소설은 세부적인 행위들이 묘사되고 대화에 의한 진행이 두드러지게 된다.
● 갈등(conflict)
의지적인 두 성격의 대립 현상. 인물과 인물, 인물과 환경사이의 갈등을 '외적 갈등(external conflict)'이라 하고, 한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내적 갈등(internal conflict)'이라고 한다.
[갈등의 양상]
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 : '학', '무녀도', '동백꽃'
② 인간과 사회 사이의 갈등 : '상록수', '레디 메이드 인생'
③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 : '한귀'(박화성)
④ 인간과 운명 사이의 갈등 : '바위', '갯마을'
⑤ 외적 자아와 내적 자아 사이의 갈등(한 인간 내면의 갈등) : '금당 벽화', '등신불'
● 감상 소설
서술상에 감정을 드러내 보이거나, 연민과 동정의 감정에 빠져드는 태도를 지니고 있는 소설을 지칭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소설인데, 주로 작중 인물이 슬픔이나 아름다움이나 숭고함에 접하여 나타내는 강한 반응에 역점을 두며, 주로 지식인 계층의 주인공이나 여주인공들이 많이 채택된다. 이광수의 '유정', 심훈의 '상록수', 또는 1920년대의 순수 유미주의적인 소설들에서 잘 나타나며, 현대로 올수록 이러한 감상성은 소설의 완성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거의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슬픔의 정서나 풍부한 감정이 작품의 내적 필연성에 의해 적절히 구사되었다면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만은 없을 것이다.
● 감수성
이성에 대립하는 용어로 사용되며, 감각.사고 및 감정에 있어서 경험에 반응하는 작가의 특징적 능력을 가리키는 데 주로 사용된다. 우리 소설사에 있어서는 김승옥, 윤후명, 조세희 등의 작가들이 감수성이 뛰어난 작가의 예로 지칭될 수 있는데, 감수성은 주로 문체나 묘사에 있어서 참신한 맛을 제공하며, 일상적인 감각의 틀을 깨고 사물의 이미지를 새롭게 건질 수 있게 한다.
● 개화기 소설
일반적으로 서구 열강의 침투와 그에 따라 개항이 시작되는 1870년대부터 이광수의 '무정'이 발표되는 1917년 사이에 산출된 소설들을 통칭하는 말로 '신소설'까지도 포함하는 소설 유형이다. 이러한 소설들은 고대 소설과 근대 소설의 과도기적 형태로서, '개화기'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서의 소설 형식이라는 점에서 엄격한 의미의 장르 개념은 아니다. 개화기 소설의 유형에는 첫째, 토론 문답체 소설로 '소경과 앉은뱅이 문답', '거부 오해', '향로방문의생이라' 등의 작품이 있고, 둘째, 몽유록계 소설로 고대 소설의 몽유록 형식을 빌려 온 것으로서 신채호의 '몽견제갈량',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등이 있다. 셋째, 역사 전기 소설로 '을지문덕전', '비스마르크 청화', '의티리국 아마치전' 등의 작품들이 있으며, 넷째, 풍자 우화 소설로 '금수회의록', '만국대회록' 등의 작품이 있고, 다섯째, 신소설로 이인직의 '혈의 누'를 비롯한 '자유종', '은세계', '치악산', '귀의 성' 등 다양한 작품이 있다. 여섯째, 번안 소설로 '장한몽', '설중매', '해왕성' 등의 작품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신단 공안(神斷公案) 소설로 일종의 작자 미상의 재판 소설이 있는데, 주로 '황성 신문'에 연재되었다. 개화기 소설은 대개 미신이나 구습에 대한 배격과 사회 개혁적인 시각, 강한 정치성을 바탕으로 하는 풍자 의식과 비판적 관점을 지니고 있으나, 구성상으로는 고대 소설적인 면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 거리(distance)
소설을 구성하는 각 주체들 사이에 밀착된 정도를 가리키는 용어로,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느냐 하는(또는 그 반대로 얼마나 냉정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느냐 하는) 다분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작가 - 화자 - 독자'를 중심으로 고찰되며, 여기에서 소설의 서사 구조의 주체인 '등장 인물'이 거리 발생의 중요한 축이 된다. '작가 - 등장 인물 - 독자' 간의 거리가 1인칭에서는 가장 짧아지고 관찰자 시점에서는 멀어지며, 전지적 시점에서는 작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진다. 또, 일반적으로 각 주체간의 거리가 좁으면 좁을수록 감상적인 소설이 될 우려가 있으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공감을 주는 요소를 잃어버린다고 할 수 있다.
[시점과 거리]
1인칭 주인공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 telling
가깝다 멀다
서술자------------------대상-------------------독자
멀다 가깝다
1인칭 관찰자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 : showing
*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서술자와 대상의 거리가 가깝다. 독자가 등장 인물인 '나'의 세계에 접근하기 어렵다.
*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서술자와 대상의 거리는 좁혀진다.
* 작가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자와 대상의 거리가 먼 반면, 독자와 대상의 거리는 가깝게 된다.
* 극적 화자인 '나'가 나오는 1인칭 시점에서 서술자와 독자 사이의 거리는 가깝다.
● 건달 소설(=악한 소설)
건달, 좀더 정확하게는 '재미있는 무뢰한'을 뜻하는 스페인어 '피카로(picaro)'에서 유래한 소설 양식의 개념으로 이 양식은 주로 건달의 이야기를 다루며, 기사들의 환상적인 로멘스나 상류층의 이상주의적 문학에 맞서는 하류층 문학, 또는 기존의 관습에 대한 반동의 형태를 지니는 문학으로서의 특징을 가진다. 주로 하층 계급에 속하는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비정하고 부도덕한 현실 사회에 맞서 재치 있는 임기응변과 심각하지 않은 탈선을 범하는, 일종의 사회적 모험담의 성격이 짙다.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는 이 부류의 가장 대표적 작품이며,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에도 이러한 성격이 나타나 있다.
'피카레스크(picaresque) 소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 결말
전통적인 플롯의 개념으로 한 편의 서사물(소설)을 설명할 때 그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끝, 종결, 대단원 등의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결말은 팽팽한 플롯 구조를 지니고 있는 단편 소설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며 작품이 지닌 중심 의미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장편 소설에서는 이런 기능들이 다소 느슨해지거나 그 앞의 단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품의 성공적 결말은 그 작품이 지닌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나게 함으로써 독자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겨 주어 작품의 가치를 알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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