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제8 교시 글에도 업어치기가 있다. - 반이법, 도치법, 인용법, 문답법, 점층법, 열거법
1. 반대되는 말을 겉으로 내세우는 표현법- 반어법
어느날 무학대사는 왕좌에 앉은 이성계를 찾아 뵙고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이성계는 무학 대사를 시험해 보기 위해, "자세히 보면 대사는 영락없는 돼지야" 하고 말했다. 그것은 무학대사에 대한 심한 모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무학 대사는 눈썹도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빛 하나 변함 없이 이렇게 말했다.
"상감께서는 부처님 같사옵니다"
그 말을 듣자, 이성계는 어허허허 하고 너털거렸다. 자기가 그를 돼지 같다고 비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부처님 이라는 최고의 존재에 비유해 준 것이 통쾌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승려라는 것들도 권력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이 아부, 아첨을 하는 무리로구나. 하고 무학 대사를 경멸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며칠 뒤, 한 신하가 대사를 추궁 하였다.
"대사께서는 어찌하여 그러한 모욕을 당하고도 화 한번 내지 않고, 도리어 왕에게 아첨만 하셨소이까?"
무학 대사는 신하의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돼지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는 법이니까요"
옛날 이름 높은 스님들이 주고 받았다는 말(선문답)들에는 이렇듯 우리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씻어주는 맛이 있다. 그렇다면 위의 이야기에 쓰인 비유법은 무엇일까? 이성계가 "대사는 영락없는 돼지야"라고 말한 것은 언뜻 보기에 하나의 은유법에 지나지 않는다. 또 무학대사가 "상감께서는 부처님 같사옵니다."라고 한 것도 직유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훗날 무학 대사가 신하에게 한 말에는 어마어마한 뜻이 숨어 있었다. '돼지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는 법이니까요' 이말로 인해 그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말의 뜻은 정 반대로 달라지고 만 것이다. 즉 무학대사를 돼지라고 말한 이성계는 돼지처럼 천하고 안목없는 눈을 가진 사람이 되고, 이성계를 부처님이라고 한 무학 대사는 부처님 처럼 지혜로운 눈을 가진 자비로운 사람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나타내려는 뜻과 반대되는 말을 앞으로 내세우는 표현법을 반어법 이라고 한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낸 내용과 그 속에 감추어져 있는 내용을 반대로 말함으로써 표현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가령 어른이 타이르는 말을 듣지 않은 채 장난치고 까불거리던 아이가 땅바닥에 넘어졌다고 하자 그때, 어른들은 대게"아이고 잘 한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으로 잘 했다는 뜻'도 아니고, '아이고 네가 다치니 내 마음이 시원하다는 뜻'도 아니다. "그것 보아라, 어른 말씀을 듣지 않더니 그렇게 다치지 않느냐? 앞으로는 어른의 타이름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알겠느냐?" 하는 뜻인 것이다. 이러한 반어법에는 상대방을 비꼬아서, 말하려는 의미를 한층 더 강조하는 익살과 해학과 유머가 담겨 있다. 이것은 또한 지리하고 건조한 글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이야기의 끝 부분에서 반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2. 문장의 순서를 바꿔 놓는 표현법 - 도치법
.보고 싶어요, 붉은 산이, 그리고 흰 옷이!
.보십시오, 얼마나 장엄한지를.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왔구나, 봄이
.울렸네, 새벽종이.
.아아 잊으랴, 어찌우리 이 날을.
이 문장들은 모두 문장의 배열 순서를 앞뒤로 바꿔 놓은 것이다. 그 바뀐 순서를 제자리에 놓으면 다음과 같다.
.붉은 산이, 그리고 흰 옷이 보고 싶어요!
.얼마나 장엄한지를 보십시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봄이 왔구나.
.새벽종이 울렸네.
.아아, 우리 이날을 어찌 잊으랴.
그런데 사람들은 왜 차근차근 순서대로 말하지 않고 그 순서를 바꾸는 것일까? 그것은 누구나 자기가 강조하고 싶은 말을 먼저 뱉아 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앞에 내세운 말이 그만큼 상대방에게 먼저 가 닿으므로 돋보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말하자면, 위의 보기에서는 '보고싶어요','보십시오','안녕하십니까','왔구나','울렸네','아아 잊으랴'를 강조하려 한 것이다. 이렇듯, 문장의 배열 순서를 바꾸어 놓음으로써 강한 인상을 주는 표현법을 도치법 이라고 한다. 이것은 흔히 특정한 내용을 강조하려 할 때나, 문장에 변화를 주려고 할 때에 쓴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김상헌의 시조
.그 색시 서럽다 그 얼굴 그 동자가
가을 하늘 가는 도는 바람 씻긴 구름 조각
핼쓱하고 서느라워 어디로 떠갔으랴
그 색시 서럽다. 옛날의 옛날의
-김영랑의 <그 색시 서럽다> 중에서
3.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표현법 - 인용법
요즘 우리는 국어 시간을 참 쓸쓸하게 보내고 있다. 국어 선생님이 편찮으셔서 며칠째 출근을 못 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국어 시간에는 뜻밖에도 예쁘게 생긴 여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기다란 머리칼을 등 너머로 너풀거리며 우리 앞으로 사뿐사뿐 다가오시는 선생님, 그분이 오늘부터 우리 반 국어 수업을 맡으셨다는 게 아닌가 선생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반 아이들은 '와아!'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이들은 먼젓번 국어 선생님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새 선생님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한 껏 들떠 술렁거렸다. 그 바람에 국어 시간 5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후딱 흘러가 버렸다. 아이들은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 전에 없이 책상을 두드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화장실에 갔다온 소식통 빠른 한 아이가 대뜸, "야야야, 들어봐! 지난해 그 선생님 한테서 배운 3학년 형들이 그러는데, 그 선생님 되게 무섭다더라. 숙제를 엄청나게 많이 내는데, 만일 안 해 오면은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때린대 하고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우리 반 아이들은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여기에서 국어 선생님이 무서운 분이니 쉽게 생각하지 말을 전하는 소식통 빠른 아이는, 행여 친구들이 자기 말을 믿지 않을까 싶어 3학년 형들의 말을 인용했다. 이처럼 글을 쓰는 사람도 동서고금에 널리 알려져 있는 성인이나 유명한 시인, 또 소설가나 철학자 정치가 들이 한 말을 끌어다가 자기의 말을 합리화 시킬 때가 있다. 다시말해, 다른 사람의 말이나 격언, 속담, 일화 등을 인용하여 자기 주장을 뒷받침 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법을 우리는 인용법 이라 한다. 이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필 때 흔히 쓰인다. 적절한 인용은 자기 주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또 글의 흐름에 변화를 주어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타고르가 '한국은 동방의 등불' 이라고 말했듯이......
.석가모니가 마음을 비우라고 한 것처럼, 우리도 겸허한 마음으로 그 일에 착수 해야 한다.
. 예수가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했듯이, 헛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은 반드시 복을 받게 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누군가 그랬듯이......
.어느 성인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들이 자기를 마찬가지로 사랑해 준다고 말했듯이......
.'인생은 한권의 책이요,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매일 그 한페이지를 창작한다.' <파랑새>의 저자 메테를칭크의 이말은 인생을 책에 비유한 명언이다.
4.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표현법 -문답법
.우리는 왜 자연을 보호해야 합니까? 그것은 자연 곹 우리를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파도는 한 순간에 몰아쳐 와 모래톱을 휩쓴 뒤 바닷물 속으로 다시 돌아간다. 만약 파도가 없다면 얼마나 밋밋하고 따문하고 지리할까? 파도는 바다를 움악적이고 경쾌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 에게까지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그 때문에 우리는 마음이 답답할 때면 바다를 찾아가곤 한다. 문답법은 바닷가 모래밭의 파도와도 같은 것이다. 글을 쓰다가 답답하고 지루하다 싶으면, 글쓰는 사람이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문답법을 써 보라. 이것은 답답하고 지리한 글에 변화를 줄 뿐만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 문답법은 읽는 이들을 글 속으로 끌어들이는 강한 힘이 있어서 연설문에 많이 쓰인다.
(1) 여러분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정녕 누구를 위해서 하는 공부인가. 부모를 위해서인가, 형제들을 위해서인가.
(2) 내가 공부를 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며, 또한 나의 발전을 위해서 이싿. 그리고 나의 발전은 나라와 민족과 인류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다.
(1)에서는 질문을 던져서 읽는이의 생각을 유도한 다음, (2)에서는 대답을 했다. 그 대답은 곧 글쓴이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은 우리 사회에 대하여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 우리를 변혁 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정치 사회적 변혁의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 사회적 변혁에 티끌만큼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재현은 이 세계의 창조걱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 이태주의 <연극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중에서
.선이란 무엇인가? 위엄을 바라는 마음을 높이는 모든 것이다. 사람이 가진 힘 자체이다. 악이란 무엇인가? 악함으로써 일어나는 일체의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위엄이 커짐을 느끼고 저항을 이겨 내었다고 느끼는 일이다. -니체
5. 그 정도나 범위를 점차 높여가는 표현법 -점층법 손오공은 요술 막대기 여의봉을 들고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기도 하고, 공중에서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이 세상에 손오공 처럼 요술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가 만약 등산을 한다면,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지 않아도 쉽게 산 중턱으로 뛰어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마음이 달라지면 산 밑으로 훌쩍 뛰어내리기도 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거기에서 다시 산꼭대기로 단숨에 올라가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그런사람이 나타나 재주를 부린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깜짝깜짝 놀랄 것이다. 뿐만아니라, 그의 모습이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하기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혼란에 빠져 들게 된다. 글은 손오공이 요술을 부리듯이 어지럽게 써서는 안된다. 읽는이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지도첵을 펴 보면, 산에는 낮은 곳에서 높은곳으로 올라가는 등고선이 그려져 있다. 정상까지 제대로 오르기 위해서는 그 등고선에 따라 한 걸음씩 한걸음씩 위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가장 작은것에서 점차 큰 것으로 나아가거나, 아니면 덜 중요한 것에서부터 점점 더 중요한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람은 집에서 부모의 아들딸 노릇을 해야 하고, 학교에서는 그 학교의 학생 노릇을 해야 하고, 동네에서는 동네 사람 노릇을 해야 하고, 그 민족 속에서는 민족의 한 구성원 노릇을 해야 하고, 그 나라 안에서는 그 나라의 국민 노릇 더 나아가 세계에서는 세계인으로서의 노릇을 충실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한마디 한 마디를 더할 때마다. 그 정도나 범위, 또는 그 중요성이나 강도를 점점 높여가는 표현법을 점층법이라 한다. 처음에는 작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읽는이를 잔잔히 끌어들이다가, 나중에는 읽는이의 감정을 최고조로 이끌어갈 수 있기 때
문에 점층법도 문답버처럼 연설문에 많이 쓰인다. 점강법은 이러한 점층법과 반대되는 표현법이다. 다시 말하면 점강법은 큰 데서 작은 데로 조금씩 좁혀 가는 표현 방법을 가리킨다.
저 끝에선 황소만하게 밀려오던 파도가 방파제께로 올수록 작아져 강아지만해지고 곧 암탉으로 되더니, 이윽고 둑에 철석 부딪히면서 점점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사라진다.보다시피 점강법은 점점 범위를 좁혀 가면서 글의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6. 비슷한 것들을 죽 늘어놓는 표현법-열거법
조금전에 이야기한 인용법의 일화를 다시 한 번 보도록 하자.
"야야야, 들어봐! 지난해 그 선생님한테서 배운 3학년 형들이 그러는데, 그 선생님 되게 무섭다더라. 숙제를 엄청나게 많이 내는데, 만일 안 해 오면은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때린대." 이 때, 만약 한 아이가, "그 형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어떻게 아냐? 그 형이 잘못 알고 있
을 수도 있잖아"하고 말했다면, 그 소식통 친구는 이에지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 반 반장이었던 영식이 형, 또 지난번 백일장에서 장원한 찬일이 형, 총 학생회장 규정
이 형, 생활 반장 종석이 형도 옆에 있었는데, 다들 그러더라, 믿기 싫으면 관둬, 괜스레 깝
죽거리다가 된통 혼나 보라구."
여기서 영식이 형, 찬일이 형, 규정이 형, 종석이 형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죽 늘어 놓는 것, 이것이 바로 열거법이다. 다시, 말해 열거법은 서로 비슷한 성격을 지닌 낱말들을 죽 늘어놓음으로써 그 내용을 강조하는 표현법이다.
.들국화, 쑥부쟁이, 코스모스, 장다리는 모두 가을 꽃이다.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한 그루의 소나무는 무척 외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의 옆에는 들과 강과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있고, 또 구름과 별과 달과 해와 이슬, 그리고 합창하는 새들과 벌레들이 열심히 자기 표현을 하고 있으므로, .자기네는 동물이 아니고 인간이라고, 잘났다고, 배는 부르고 할 일은 없으니 머릿속에서 갖은 요물을 조작해 낸 것이다. 이따위 조작꾼들은 예로부터 철학자라 하며 떠받들어 왔다. 이 자들을 떠받들어 배불리 먹여 놓으면 별의별 색동 저고리가 다 터져 나왔다. 그리하여 인간이라는 요물 위에다가 가지각색 색동 저고리를 입혔겠다. 도덕이다, 정의다, 의리다, 인간애다, 애국이다, 애족이다, 가치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색동 저고리에다 또 가지각색 노리개를 붙임으로써 교수도 되고 박사도 되고 권력있는 인간 동물의 총애를 받아서 고깃점이나 더 얻어먹고 못나도 잘난체 하다가 땅 속에 들어가서 구더기 밥이 되었겠다. -김성한의 <방황>중에서
생각해 봅시다.
1. 자신이 나타내려는 뜻과 반대되는 말을 앞으로 내세우는 표현법을 반어법이라고 한다. 이 반어법은 소설 속에서 흔히 반전효과로 보습을 드러내는데, 이것이 잘 드러나는 단편소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해 보자.
2. 문장의 배열 순서를 바꾸어 놓음으로써 보다 강한 표현 효과를 노리는 방법을 도치법이라 한다. 이러한 도치법을 쓰게 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설명해 보자.
3. 한 마디 한 마디를 더할 때마다 그 정도나 범위, 또는 중요성이나 강도를 점점 높여가는 표현법을 점층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되는 표현법은 무엇이라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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