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나만의 글쓰기 비법
제2교시 : 문장은 사람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좋은 생각의 덩어리를 문장에 담는 방법
1. 생각의 덩어리란 무엇인가
얼마전에, 어느 법원의 판사 한 사람이 200자 원고지 100매 분량(단편소설 한 편쯤의 분량)의 판결문을 단 한 문장으로 썼다고 하여 말썽이 된 적이 있다. 그렇게 긴 문장은 쓰기도 괴로운 일일 뿐 아니라 읽어 내려가기도 숨가쁘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 얼마나 미련스러운 일인가? 우리는 그처럼 미련스럽게 긴 문장의 글을 잘 쓴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자, 그러면 그것이 왜 미련스러운 글인지를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앞에 붙인 번호에 주의해 가면서, 다음의 이야기를 읽어보도록 하자.
(1) 어머니가 시장에서 쌀 한 부대를 사 가지고 오셨다. 어머니는 식구들의 식탁 위에 한 부대의 쌀을 올려놓고 그대로 먹으라고 하시지 않는다. 우선 그 쌀을 모두 쌀통에 부어 놓으신다. (2) 그 다음에 식구 한 사람에 한 홉 정도씩의 쌀을 바가지에 담아 씻은 후 솥에 안치신다.
(3) 어머니는 솥에 안친 밥이 끓고 뜸이 들기를 기다리셨다가, 그 것을 보온 밥통에 퍼 놓으신다.
(4) 식구들의 수대로 밥그릇을 준비한 다음, 거기에 퍼 담아 식탁 위에 놓아 두신다.
(5) 우리는 그 밥그릇을 두 손으로 들어, 입을 크게 벌린 채 한꺼번에 들이붓고 꿀꺽 삼켜 버리지 않는다.
(6) 한 숟가락씩 떠서 입에 넣는다.
(7) 우리는 또 그 밥 한 숟가락을 그냥 꿀꺽 삼켜버리지 않고, 입안에서 이로 오래오래 씹는다.
1) 씹은 것 가운데서 잘 씹어진 것 일부를 먼저 삼키고, 2) 덜 씹어진 것들은 더 씹은 다음에 또 일부를 삼키고, 3) 마지막에 나머지를 몇 번 더 씹어서 삼킨다.
사람은 누구든지 한 무더기의 큰 생각 덩어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이나 글로써 전달하려고 한다. 글을 처음으로 쓰는 사람들은 매우 성급하여, 그 큰 생각 덩어리를 통째로 그 큰 생각 덩어리를 통째로 전달해 버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하나의 문장에다가 자기 생각의 큰 덩어리를 다 담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문장에는 생각 덩어리의 아주 작은 조각 한 개만 담는 것이 좋다 . 너무 큰 생각의 덩어리를 담으면 조그마한 문장의 봉지가 터져 버리고 담아 놓은 생각이 밖으로 줄줄 새어 나가고 빠져나가 버린다. 전하려 하는 생각들이 다 새어 나가고 빠져 나가버린 문장(봉지)은 온전한 문장일 리가 없다. 우리는 어머니가 시장에서 사 오신 쌀 한 부대(생각의 큰 덩어리)를 조금씩 나누어 먹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2)에서 (7)까지의 방법을 아침에 한번 사용하고, 점심에 또 한 번 사용하고 그리고 저녁속에 또다시 한 번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먹어야 그것이 우리 몸 속에 들어가서 피와 살이 된다.
2. 생각의 덩어리를 어떻게 문장에 담을 것인가
우리가 '특이한 버릇'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했을 때, 그 생각의 큰 덩어리는 어머니가 시장에서 사 가지고 오신 쌀 한 부대 에 해당하는 것이다. 쌀 한 부대를 한꺼번에 먹어 치우려고 하는 것은 미련 스러운 짓이다. 우리의 몸이 상하게 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소화를 시킬 수 도 없다. 다음의 글은 독자가 보내 온 글 가운데서 한 대목을 따온 것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곤충을 잡아다가 괴롭혀 죽이거나 집에다가 놓고 며칠씩 놓아 두면 어머니께서 죽은 곤충을 버리시곤 하셨다. 위의 글속에 들어 있는 생각의 덩어리는 너무 크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쉽게 입 안에 넣고 씹을 수도 없고, 목구멍 너머로 삼킬수도 없다. 그러므로 아래와 같이 그 덩어리를 잘개 쪼개 주는 것이 좋다.
(1)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때였다.
(2) 그 때 나는 곤충을 많이 잡곤 했다. 나비, 매미, 잠자리, 메뚜기, 거미, 방아깨비, 풍뎅이......
(3) 그러고는 잡은 그것들을 몹시 괴롭혔다.
1) 꼬리에 실을 달아 가지고 놀기도 했고, 2) 고개를 비틀어 놓고 빙글빙글 돌게 하기도 했다. 3) 그냥 날개와 목을 떼어 죽이기도 했고, 4) 곤충망 속에다가 며칠씩 가두어 놓기도 했다.
(4)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께서 그 곤충들의 시체를 말끔히 치워 놓으셨다. 그리고 그 불쌍한 것들을 다시는 잡아오지 말라며 나를 꾸짓곤 하셨다.
3. 좋은 생각은 좋은 그릇에
자, 이번에는 다른 독자들의 글을 한번 보로록 하자.
(1)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도 알게 모르게 갖게 되는 버릇들이 있다. 내 친구들 중에도 불안하거나 긴장이 될 경우에는 손톱을 물어 뜯기도하고 다리를 떨어 마음을 가라앉히곤 한다. 또 공부를 할 땐 항상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어야만 한다는 친구도 있고, 무언가를 암기하기 위해서는 그 암기 내용을 노래 부르듯이 흥얼거려야 외워진다는 친구도 있다. 참 특이한 버릇이다.
(2) 그러나 이 친구들 뿐 아니라 나 또한 남이 보기엔 특이하다 싶은 버릇이 있다. 손틉을 깎았을 때 양 끝 살에 묻히는 부분을 깨끗하게, 아니 너무 깊게 많이 깎아 아플 정도 까지 해야 마음이 놓인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약간의 손톱이 남아 있을 땐 왠지 더러워 보이고, 금새 때가 낄 것 같고 또 그손톱이 살을 파고들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인 듯싶다. 평소에 여러 가지 점에서 지나치다 할 정도로 불안해 하는 날 보고 히스테리가 있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밖의 생활에서는 느긋하고 여유 있느 성격을 가진 나이기에 히스테리란 말은 곳 재 언급되지 않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불안감을 특이한 버릇 탁으로 돌리게 되니 것이다.
(3) 그밖에도 여러 가지 버릇을 갖고 있다. 잠잘 때 볼이 베개에 닿아야 잠이오고, 다리를조금이라도 굽혀야 편히 잘 수 있는 이상한 버릇들을 가진 재가 어떨땐 부끄럽기도 하다.
(4) 그래서 이런 버릇들을 고쳐 보려고 노력도 했지만, 그때마다 따르는 것은 실패
뿐이었다.
(5) 그렇지만 평범함 속에 튀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는 이젠 버릇들을 굳이 고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특이하니까 튈수도 있고, 그다지 해로운 버릇도 아니니까 말이다.
(6) 항상 자신감을 갖고 살라는 엄마의 말씀대로 나의 특이한 버릇에 내 나름대로의 긍지와 자신감을 갖고 지낼 것이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어머니 뱃속에서 막 나올 때 크게 소리를 지른다. 그 소리가 우렁차야 어른들은 튼튼한 아이를 낳았다고 좋아한다. 이렇듯 우리가 무엇인가를 말하려 할 때는 그첫소리를 크게, 그리고 분명하게 외쳐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어떤 글이든지 그 글의 첫 문장은 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첫문장은 명료해야 한다.
(1)의 첫문장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도 알게 모르게 갖게되는 버릇들이 있다. 이것은 다음에 있는 이 글의 마지막 주장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좋다. ......항상 자신감을 갖고 살라는 엄마의 말씀대로 나의 특이한 버릇에 내 나름대로의 긍지와 자신감을 갖고 지낼 것이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면서...... 그런데 이 첫문장은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지 못한 듯 하다. 그것을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특이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방법으로 수정하고 가필한 글과 원래의 글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1) 사람들은 누구든지 자기만의 특이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내가 친구들 가운데 몇 사람은 긴장이 되거나 불안해 지면, 손톱을 물어뜯기도 하고 다리를 떨기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곤 한다. 또 어떤 친구는 혼자서 공부를 할 때, 반드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어야만 한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무언가를 암기하기 위해서는 그 것을 노래부르듯이 흥얼거려야 한다는 친구도 있다.
(2) 물론 나한테도 남의 눈에 특이하게 보일 만한 버릇이 있다. 손톱을 깎을 때 손톱의 양쪽 끝 살 속에 묻히는 부분을 깨끗하게 깎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니, 아플 절도로 깊게 깎아야 마음이 놓인다. 그 부분에 손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더러워 보이고, 금세 그 사이에 때가 낄 듯 싶고, 또 그 손톱이 살을 파고들것만 같아 불안해 진다.
덜 깎은 손톱 때문에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불안해하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히스테리가 있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밖의 생활에서는 꽤 느긋하고 여유 있는 편이기 때문에 그 말은 내게 맞지 않는 듯 하다. 나는 그냥 그 불안감을 아주 깨끗한 것을 추구하는 특이한 버릇 쯤으로 돌리고 싶다.
(3) 그밖에도 나에게는 여러 가지 버릇이 있다. 잠잘 때 볼이 베개에 닿아야 잠이 오는 것이라든지, 다리를 조금이라도 굽혀야 편히 잘 수 있다든지 하는 이상한 버릇들, 물론 이러한 버릇들은 결코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된다.
(4) 그 때문에 이런 버릇들을 고쳐 보려고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실패하곤 했다. (5) 하지만 이제는 이 버릇들을 굳이 고치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평범한 삶 속에서도 남보다 뀌어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해로운 버릇도 아니다. 아니, 특이한 만큼 남보다 뛰어날 가능성도 더 있는 것이 아닐까.
(6) 어머니는 나에게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살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나의 특이한 버릇에 대하여 나 나름대로의 긍지와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기로 했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면서......
사람의 버릇은 성격을 형성하고, 그 성격은 인격을 만든다. 그렇다면 이 글에 윤기를 더하기 위하여, 바른 인격의 형성이나 삶에 대해 명상하는 모습을 보태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좋은 옷에 예쁜 꽃 장식을 달아 놓은 것처럼 글이 더욱 빛나지 않을까? 좋은 생각은 좋은 그릇(문장)에 담아야 한다.
생각해 봅시다.
1.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커다란 생각의 덩어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말로써든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고 애쓴다. 이 때, 그 큰 생각의 덩어리를 어떠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이 옳은지 각자의 생각을 말해 보도록 하자.
2.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는 그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듯이, 글을 쓸 때는 첫 문장이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러면 첫 문장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설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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